[명경대]

   
“마지막 달력장 앞에 선다. 회한과도 같은 바람이 분다. 한 해의 시간들이 얼어붙는다. 12월! 12월은 빙화(氷花)처럼 결정(結晶)한다.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운 결정의 달!” 작가 교수이자 언론인인 이어녕(李御寧) 선생의 ‘증언하는 캘린더’의 한 대목이다. 늘 자유분방한 사고와 감성으로 시대적 사유와 담론의 지평을 개척해 온 그의 계절에 대한 사색이 새삼스럽다.

지난 일년을 어떠한 형태로든 마감하고 정리해야 하는 숙명적 시간으로 12월을 인식한다. 되돌아보면 고난과 시련의 시간이 많았다. 매서워진 바람 앞에 더욱 몸과 마음이 얼어붙기 쉽다. 그러나 지난 날은 되물릴 수없고 오늘의 실존은 거역할 수없다. 그는 12월을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운 달’로 승화시키는 지혜와 발상법을 가르쳐 준다.

그는 다시 말한다. “1월의 기대와 2, 3월의 준비와 4월의 발열과 5, 6월의 소란과 소나기 같던 7월의 폭력과 , 그리고 8, 9월의 허탈, 불안한 10월과 여백 같은 정체의 11월, 한 해의 모든 것들이 마지막 결정하는 12월 속에 우리는 서 있다.” 이렇게 일년 열 두달의 흐름 속에서 12월을 발견하고 관조한다. 그저 한 해의 마지막을 저 마다의 빛깔로 물들인 뒤 소멸하는 찰라에 불과한 것인가 하고 묻는다.

우리는 지금 그가 사유했던 그 시간에 막 당도하고 있다. 그의 사유를 빌어 저 마다 지난 일년의 시간을 반추하기 좋은 순간이다. 시간은 지나 온 열 한달보도 더 빠르게 서른 한날을 관통해 갈 것이다. 7일 대설(大雪)과 22일 동지(冬至)를 징검다리 처럼 밟고 성큼 성큼 뛰어 갈 것이다. 올해는 그 자연의 절기 한 가운데 19일 대선(大選) 큰 징검다리가 하나 더 놓여있다. 이어녕 선생은 지난 1년의 시간 속에서 12월의 사유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보다 역사적인 사유와 이성적인 선택을 해야할 시간이 함께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올 12월은 지난 1년, 혹은 지난 5년, 혹은 지난 역사의 궤적 속에서 12월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없다. 물론 향후 5년, 혹은 더 먼 미래까지도 조망하면서 말이다. 오늘이 바로 그 2007년 12월의 첫 날이다.

김상수 논설위원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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