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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겨울의 눈은 다음 해 풍년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시경(詩經)에 ‘설풍년지조(雪豊年之兆)’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곧 겨울 눈이 풍년의 조짐이라는 뜻이다. 오늘(7일)이 바로 일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다. 요 며칠 모처럼 제법 한겨울을 느끼게 하는 추위가 몰아쳤다. 기상청은 대설인 오늘 기압골의 영향으로 눈이나 비가 오는 곳이 많겠고, 산간지방에는 1∼5㎝의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요즘 적중률이 낮다고 핀잔을 자주 듣는 기상청의 예보지만 이번 눈 소식은 제대로 들어 맞았으면 좋겠다.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풍년의 상징으로 삼는 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그만한 배경과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예부터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눈이 많이 내리면 큰 한파가 없고 보온효과가 있어 겨울보리가 동해(凍害)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리면 그만큼 수원을 확보하게 돼 가뭄 걱정을 덜 수도 있다. 겨울철 눈이 이런 저런 불편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겨울 어느 정도 매섭고, 눈다운 눈이 있어야 제맛이다. 갑작스러운 눈으로 출근길 교통체증을 걱정하고 크고 작은 사고까지 잇따르는 불편을 겪기 예사지만 말이다. 그러나 눈 없는 겨울을 생각한다면 이런 정도 일상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고, 또한 서둘러 대비함으로써 그 후유증은 줄일 수 있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뚜렷한 사계절이 자랑이자 자산인 우리나라로서는 각 계절의 정체성과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이 좋은 징조일리 없다. 지금은 바로 겨울이고, 겨울의 가장 으뜸 상징은 눈이다. 오늘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이다. 겨울의 한복판, 겨울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망은 오늘 눈다운 눈이 내리고, 그리하여 대설이 제대로 이름값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 갈수록 빠르고, 복잡하고, 소란해지는 것이 세태의 관성이다. 최근에는 이 독단적 현상에 대한 반동으로 단순함 느림 고요에 대한 향수가 일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오늘 큰 눈이라도 내린다면 갑남을녀에게도, 대선이라는 대사를 앞둔 국가의 앞날에도 좋은 조짐으로 삼을 만하지않을까. 김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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