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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옛날 과거 공부를 하던 서생이 한 처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두 사람은 과거합격 이후를 기약하며 헤어졌다. 서생을 애타게 기다리던 어느 날 처자는 비단에 편지를 써서 연못에 던지자 물고기가 그 편지를 삼킨 뒤 사라졌다. 얼마 뒤 서생이 물고기 한마리를 사와 배를 갈랐는데, 놀랍게도 처자의 편지가 나왔다. 서생은 곧 처자의 집으로 가 자초지종을 알렸고 처자의 부모는 하늘이 맺어 준 인연,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 반겼고 혼인이 성사됐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운명적인 결혼에 골인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랑, 이런 결혼에 무슨 주저함이 있을까.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결혼을 이렇게 유보적으로, 방어적 기제를 깔고 말했던 것일까. 물론 이래 저래 후회를 피할 길 없다면 하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 대세라지만 말이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 개인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결혼이다. 결혼을 전후 개인의 일생이 큰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영향은 비단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 친지와 이웃, 사회와 인류로 그 결혼이 갖는 의식의 파장은 무한대로 확산된다.

이 의미의 무거움이 오히려 결혼이라는 선택을 경직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른다. 결혼은 인류의 순환과 영속성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인류는 결혼이라는 화두에 대해 오랜 세월 수없는 사색과 담론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 결론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어정쩡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랜 관행은 결혼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세태가 바뀌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강원발전연구원이 최근 20∼44세의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혼 꼭 해야 하나요?’라는 반문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조사대상 여성 10명 중 5명은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데, 안 하는 쪽이 대세라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자 곱씹어봐야 할 대목인 것 같다. 김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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