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갈브레이스 박사는 “섹스와 협상은 대인관계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일상사를 통해 끊임없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일도양단의 해답이 없는 두가지 화두를 적절하게 대비시켜 놓고 있다.

사람의 일상사는 끊임없이 변전하는 외부 환경과 조응해야 한다. 외부환경과의 반응을 통해 자아를 찾고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혹은 스스로의 내면에서조차 예외가 아니다. 외부환경과의 만남은 갈등과 긴장을 유발하게 마련이고 적절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 그 파장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매 순간 외부세계와 대치하고 소통하며, 적절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기술이 바로 협상이요, 협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카터와 레이건 대통령을 자문했던 협상전문가 허브 코헨은 “협상이란 상대로부터 당신에 대한 호의,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일이다. 그것이 명성이든 자유든 돈이나 정의, 사회적 지위나 신체적 안전 등 무엇이든간에”라고 정의했다.

넓은 의미에서 세상은 협상의 매커니즘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척 출신의 심석진 휴먼월경영컨설팅 대표는 오랜기간 대기업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성공, 협상력에 달려 있다’는 제목의 협상안내서를 냈다. 그는 책 제목이 시사하는 바대로 협상력을 성공의 조건으로 꼽고 있다. 외부환경과의 적절한 관계를 안착시키지 못하면 비즈니스든 일상이든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협상의 중요한 변수는 상대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외부환경이든 바로 자신이든 말이다.

최근 세계적인 협상전문가인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진 브렛 교수가 세계 16개국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협상력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최하위권으로 드러났다. 이기심이 강하고, 결렬에 대비한 대안도 없이 무모하게 나서는 경향 때문이라고 했다. 상대의 이익을 고려하는 마음과 결렬까지 염두에 두는 치밀한 전략이 한국경영자들에게 부족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협상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협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전략적 관심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상수 논설위원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