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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丁亥年)이 저물어 간다. 황금돼지의 해라며 떠들썩하게 맞았던 2007년이 다 간다. 지나온 나날들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젖기 쉬운 시간이다. 연초에 세웠던 큰 꿈은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작게는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겠다는 다짐이 있었고, 크게는 이웃과 사회, 인류의 앞 날에 대한 사색과 희원 또한 없지 않았다. 과연 우리는 그 만큼 진보했는가.

해마다 이 순간 이렇게 질문하는 자리에 선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성취가 없지 않았을 것이지만 아쉬움과 탄식을 쏟아놓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시간은 간단없이 이어지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재단하고, 속절없이 특별한 감회에 빠져 든다. 이 같은 회고와 반성을 토대로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되는가 보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지나간 순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도 결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만이 인간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은 “감히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두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데 시간관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그러나 거창한 다짐도 사흘을 넘기기 어려운 게 인생사다. 벅차게 맞은 새해도 하루 이틀이 지나다보면 어느 새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 가 있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날 같은 반성을 되풀이 한다. 지금 다시 한 해의 끝자락에 당도해 우리는 예의 그 반성과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도 이런 반성을 했는가 보다. 정현종 시인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하고 탄식했다. 그의 시가 이 순간 송년의 감회를 잘 대변한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히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김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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