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숫자의식은 남다르다. 1∼9까지 각각의 자연수에 대한 호오(好惡)가 분명하다. 세계 각국이 유사한 선호와 집착이 있지만 중국은 유별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死)를 연상하게 되는 4(四)를 기피하는 정도이고, 숫자에 대한 선호는 개별적인 취향에 따르는 쪽이다.

강원도민일보는 중국의 항저우(杭州)일보와 교류협약을 체결한지 올해 10년째다. 매년 양사 관계자들이 교환방문을 통해 우호를 증진하고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측 방문단 6명이 춘천을 찾았다. 인터넷판(杭州網) 총편집을 맡고 있는 강청청(姜靑靑) 단장의 만찬인사에서 중국인의 숫자의식이 발동했다.

강 단장은 당시 교류 9년 째의 의미를 강조했다. 중국인에게 9(九;지우)는 오래 변함없음, 장수를 뜻하는 구(久;지우)와 같다며 양사의 교류협력이 변함없길 바란다고 했다. 또 9라는 숫자는 자연수에서 가장 높은 수라며 양사 관계 발전에 9주년이 되던 2007년의 의미가 특별히 소중하다고 거듭 말했다.

죽을 사(死) 자와 같은 발음이 나는 사(四)를 싫어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 5(五)는 없을 무(無)자 오(惡)와 같은 우(Wu) 발음이 난다해서 기피한다. 반면 6(六)은 순조롭다는 유(流)와 같은 리우(Liu), 7(七)은 함께의 의미가 있는 일기(一起)와 유사한 치(chi)의 소리가 난다해서 선호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재물을 중시하는 중국인에게 최고의 숫자는 8(八)자다. 8은 돈을 번다는 뜻의 파차이(發財)와 비슷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고급호텔의 전화번호가 8자로 도배되다시피하고 8자가 포함된 전화번호는 거액의 웃돈이 붙는다. 파차이와 비슷한 발음의 배추(白菜;빠이차이)를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 각종 공예품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지경이다.

2008년이 그 8자의 해다. 중국은 올 8월의 베이징올림픽을 국가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며 요란하게 판을 키우고 있다. 개막식도 그들이 좋아하는 8자에 맞춰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시작한다. 8자에 개인의 기복은 물론 국가의 진운까지 의탁하려는 것 같다. 올핸 그들뿐만 아니라 인류의 팔자가 고루 펴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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