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교대 朴敏壽총장


2001년 새해 첫날 모든 신문들의 화제는 ‘신뢰를 회복하자’,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등 우리 사회의 근본인 도덕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교육계에서 보여준 주된 화제는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를 추방하자’는 것이었다.

이들 두 갈래의 화제는 지난 2000년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안고 있던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요약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해가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갈등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20세기말 가장 혐오하고 경계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을 보임으로써 그 치유의 길을 계속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현상의 요인은 바로 삶의 기초가 없는 현실, 신뢰가 상실된 현실, 원칙이 사라진 현실에 있다는 것이 연초 신문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교육이 이처럼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교육에 신자유주의 시장 원리를 도입하여 무리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생각이다.

이 두갈래의 화제는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삶의 기초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공동체의식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도덕적 신뢰가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

말은 민주주의이고 대화합이지만, 행동은 권위주의적이고 분열적인 것. 말은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원칙이 무시되고 정도가 없는 것. 이처럼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순 논리의 지배적 상황, 불안한 도덕적 현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도 결국 이러한 현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하여 교육 현장도 삶의 기초인 도덕적 엄격성을 갖고 있지 못하며 말과 행동의 통일적 일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교육현실 속에 정부는 자유경쟁 논리로서의 신자유주의적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발상을 갖게 되었으니 학교평가, 교사평가, 성과급제의 도입 등이 그것이다.

원래 평가란 발전적 비전으로서의 지표와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지표에 대한 공감, 그 원칙에 대한 확고한 도덕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공감과 도덕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못할 때 모든 평가는 결국 그 원래의 의도인 경쟁력 제고나 발전적 원동력 창출에 실패하고 불만의 확대생산은 물론, 임기웅변의 잔재주, 진실성 없는 자기주장 따위를 만들어 내는 비생산적 촉매 역할이나 하게 마련이다.

재정적 지원이 확대되고 여건이 변화되고 있는 요즈음의 상황에서 오히려 교육이 침체되고 교원들의 사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치는 이유의 하나가 또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장원리는 무엇보다도 원칙과 규범을 지키는 민주적 도덕성, 공정성의 토대위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인데, 우리 교육은 지금 이러한 기초 토대가 확립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히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 속으로 강제 연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국정 철학의 기초로 삼아 많은 개혁적 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오히려 삶의 열기가 사라지고 계속 불만만 증폭되어 가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사회적으로 우리에게 지금 우선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적 도덕성, 도덕적 신뢰성 문제에 집중되었던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도덕성 확립은 매우 치밀하고도 폭넓은 의도적 접근에 의해 성급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지도자들의 현명하고도 인내심 강한 자각적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학교 교육이나 시민교육을 통한 폭넓은 실천적 노력이 수반되기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도취되어 이 당연한 선결과제를 버려두고 있고 교육도 당장의 시대적 요구에 억눌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마구 밀려오는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확고한 안정적 발전을 확신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자포자기 할 수 없으니 책임의 중심위치에 있는 교육의 자각적 역할 회복이 더욱 빠르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교육의 이러한 자각적 역할 없이 결코 21세기를 기약할 수 없으니 서둘러 민주화시대의 도덕성 확립을 위한 방법을 찾고 그 실천력을 키우는 실질적 노력이 학교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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