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옥 사회부
“보건소의 수거 노력에 대해 충분히 알렸냐”, “추후 언론사 취재에 응하지 말라”.

중국발 멜라민 파동이 한국을 강타한 뒤 춘천시 보건소 최고 책임자가 실무 담당자에게 내뱉은 질책성 발언이다.

멜라민 의심 품목 수거 현황을 보도하기 위한 취재 요청에 ‘인력 부족’을 하소연 했던 담당 공무원은 질책을 받은 뒤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언론취재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홍보를 위한 취재 외에는 허락할 수 없다’는 암묵적 행태가 계속됐다. 춘천시 보건소의 이같은 대응은 조류인플루엔자(AI) 회오리가 청정 춘천을 한바탕 휘저은 지난 5월에도 감지됐다. 전국이 AI공포에 휩싸였던 당시 춘천시 사북면에서 닭과 오리 80여마리가 폐사했지만, 이 사실은 며칠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시 보건당국은 AI 감염사실을 ‘쉬쉬’한 것도 모자라 살처분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후 몇 시간도 안돼 ‘취재 불허’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시 보건당국. 그러나 그들은 시민의 알권리보다는 약점 감추기에 더 급급했다. 춘천시는 지난해 ‘개방형 직위 공모제’를 통해 보건소장을 채용한 뒤 “지역보건의 질적 고도화와 시민을 위한 열린행정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정말 그럴까? AI와 멜라민 파동 현장에서 접한 ‘열린 행정’은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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