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득남 영서본부 기자
원주 미군부대 캠프롱 인근 지역은 한(恨)이 서린 땅으로 변해버렸다.

가끔씩 부는 바람에 논 전체가 누렇게 출렁이는 여느 논밭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지금부터 7년전, 그리고 지난 7개월 전 이 일대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오염되면서 시커먼 상처를 숨기고 있는 우리네 정서를 담고 있는 듯하다.

미군은 2001년 이곳에 자신이 쓰던 기름을 흘려보냈고 지난 3월 또 다시 그랬다. 1차 유출 당시 지역사회가 받은 충격은 모든 시민을 결집시켰고 이는 결국 피해지역에 대한 한미공동조사와 오염토양 복원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미군측은 복원 비용부담 전액을 한국측에 떠넘기며 반쪽짜리 책임으로 일관하더니 이번 2차 유출에서는 한술 더 떠 공동조사 조차 외면하고 있다.

지난 3월 기름 유출 후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한미 양국간 실무자들은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처음에 미군측은 유출 사실을 인정해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했으나 1차 회의 이후 2차 회의에서는 캠프롱내에서 한 조치 사항만 브리핑했고 3차 회의에서는 아예 공동조사를 거부했다.

화가 난 시민사회단체들은 캠프롱 앞에서 ‘미군의 사과’ ‘즉각적인 공동조사 이행’ ‘피해농민에 대한 보상’ 등의 구호를 연일 외쳐보지만 미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시민사회단체를 넘어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해 다시 한 번 미군측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주둔하고 있는 미군 또한 지금은 원주시민이라는 생각을 갖고 멍든 땅의 한(恨)을 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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