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준 영월 주재 기자
영월은 충절의 고장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천혜의 자연 자원과 역사 문화가 상존하는 공동체다.

그러나 영월군이 최근 명품도시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문중과의 충분한 협의없이 충절의 고장 이미지에 부합하는, 80여년이 넘은 4대 문중 효자각과 열녀각·효부각 등 4동을 임의로 이전하는 사고를 쳤다.

당연히 관련 문중에서는 ‘자기네 멋대로 하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문중에서는 이왕에 이전이 불가피할 바에는 자손들에게 본보기로 삼을 수 있는 위치 이전을 당연히 요구했다. 날이 갈수록 각박한 세태속에 당신들의 후손에게만은 내리 내리 효심을 일깨울 수 있는 지표로 삼을 것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절의 고장 영월군은 이를 저버렸다. 지난해 10월 단 한차례 4대 문중을 대상으로 장릉 조각공원으로의 일괄 이전을 타진했지만 무위에 그쳤을 뿐이다. 그 이후로 아무런 협의는 없었다. 충절의 고장 이미지를 무색케하는, 무성의한 행정의 극치를 보였다.

대신에 일방적으로 원래 위치 맞은편 산 밑에 4대 문중 효자각과 열녀각·효부각 4동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이전했을 뿐이다.

문중에서는 그래도 영월군을 믿었다. “설마 추가로 아무런 협의없이 이전을 할라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듯이 결과적으로 단단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이제라도 영월군은 4대 문중을 일일이 찾아 뵙고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 길만이 더 이상의 논란과 갈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책임을 명심해야 한다. 충절의 고장 이미지를 되살리는 도정(道程)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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