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수용

화천 주재기자
“살리느냐, 죽이느냐, 이것이 문제다.”

2년 전 농장을 탈출한 반달가슴곰 처리문제가 접경지 화천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나오는 푸념이다.

지난 2007년 사육장을 탈출해 화천 산간지역에서 생존하고 있는 곰과 사람의 영역이 겹치면서 발생한 공존의 문제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심 만발이다.

동면에 두 번이나 성공한 곰이니 야생동물로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울타리를 벗어나 방황하고 있는 가출동물로 분류해야 하는지 조차 헛갈리는 형국이다.

지난 3월에는 용화산 인근에서 산나물 채취에 나섰던 주민이 곰을 만나 호루라기를 불어 위기를 모면했다는 주장과 양계장·양봉장 피해 등 민원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관계당국은 부쩍 성장한 곰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주민이나 등산객을 공격하는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생포와 사살을 병행해야 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은 산양은 물론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빈번히 출몰할 만큼 보존된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올 초 인근 북한강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 2마리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목격됐다.

에코 파라다이스를 목청 높여 주장하는 화천군의 자랑이자 한반도에서 몇 남지 않은 생태계의 보고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할 만큼 산림이 우거진 접경지 고산지대에서 곰을 생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민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잣대로 곰의 운명을 결정한 신중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야생동물 복원 전문가 등이 강조하는 것처럼 검증되지 않은 지역에 외래종 곰을 방사하자는 무모한 주장을 펼치는 지역 구성원도 없을 것이다. 다만 화천의 산야를 활보하고 있는 곰이 우리의 고장 강원도 첫 입새에 서 있는 반달가슴곰 조형물처럼 움직임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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