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욱

횡성 주재기자
평화롭기만 했던 횡성군의 작은 농촌마을인 횡성읍 영영포리가 요즘 유례없이 시끌하다.

최근 외지 사업체가 마을에 정수 슬러지로 벽돌과 보도블럭 등을 생산하는 대규모 정수슬러지 재활용 공장 신설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맞게 버려지는 폐기물인 정수 슬러지로 여러가지 물품을 만들어내는 유용한 사업에 대해 주민들은 왜 대책위를 세우고 현수막까지 내걸며 격앙되게 반대할까.

마을 이미지 훼손, 지가 하락 등의 피해 우려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잘못된 사업 정보 공개 등 업체측의 부적절한 사업 추진 방식에 있다.

업체측은 최근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장 연면적은 4000㎡, 정수 슬러지 하루처리량은 500t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업체측이 당초 횡성군에 제출한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공장 연면적은 1만2000여㎡, 하루 처리량은 무려 1만5000t에 달한다.

또 업체의 권유로 주민들이 견학한 타지역 유사시설의 경우 냄새 등이 경미한 1차 가공 원료로 완성품을 만드는 시설로 마을에 들어설 슬러지 반입 처리 공장과는 그 성격 자체가 다르다.

여기에 마을 주민 대다수가 노인이라는 점을 이용, 정수 슬러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관광, 식사대접, 선물 공세 등 비정상적인 수법을 동원해 공장 신설 찬성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주민 원성의 이유다.

이로 인해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했던 농촌마을은 현재 사업 추진 찬반으로 갈려 유례없는 내분까지 겪고 있다.

횡성군의 공장입지 사전 심사 결과 법적 하자가 없다는 이번 사업. 하지만 주민 생존권이 걸린 동시에 부도덕한 방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합법성만으로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는 없다. 이제 기업도 도덕성을 갖춰야 할 시대다. tae92@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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