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란

영동본부 주재 기자
올해 치러진 강릉단오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신종 플루 등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축제 열기가 예년만 못했고 단오제 기간 보존회가 발표한 성명서 역시 단오제위원회와의 갈등을 표면화하며 ‘천년 축제’ 강릉단오제의 흥을 반감시켰다.

단오제 지정문화재 행사와 관련해 ‘지원금을 한푼도 못받았다’는 보존회의 주장에 위원회는 ‘줬다’고 반박하며 오히려 보존회가 전승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문화계는 위험 수위에 놓인 보존회와 위원회간의 갈등을 지켜보며 강릉 문화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는 강릉단오제가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화근’이라는 자성론까지 나오고 있다.

차별, 갈등, 소외를 극복하려는 공동체 정신이 발현되며 강릉단오제는 천년을 이어왔다. 잘 됐든 못 됐든 많은 사람들이 헌신, 양보하며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축제 흥을 돋우는데 힘을 보탰던 것도 단오제를 지켜 온 힘이다.

열악한 전승 환경 속에서도 보존회 회원들은 긍지와 자부심으로 단오제 지킴이 역할에 충실했고, 위원회 역시 세계 명품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변화와 시도에 고심해왔다. 강릉지역 여러 사회 단체, 기관들도 다양한 형태로 단오제에 참여해 주인의식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단오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들간에 소소한 갈등이 불거져나오며 불신을 넘어 서로의 존재감마저 인정하려하지 않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강릉시 역시 고개를 내저으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단오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거나 휴직을 하고, 단오 업무를 맡으면 ‘유배’를 간다는 웃지 못할 농담들이 어쩜 오늘의 단오제 자화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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