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고성주재 기자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라고 평가받고 있는 미군은 포로나 유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생환하거나 발굴해 가족의 품에 전달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수시로 발굴해 본국으로 이송하는가 하면 북한에 묻혀있는 유해까지도 협상을 통해 인도받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부터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하고 발굴 작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 6·25전사자 유해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영화 ‘킬링필드’처럼은 아니더라도 전사자의 유해는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발굴현장에서 삽으로 굴토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면서 빗나가고 말았다. 매장 장소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고 참전용사나 주민들의 제보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제보도 많은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해 정확할 수가 없었다.

어렵게 유해를 발굴한다 해도 직계 유가족이 사망하거나 관심부족으로 인해 유전자 채취를 위한 혈액검사 참여율도 저조해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너머 산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국유단 장병들은 확고한 신념과 믿음이 있었다. 그들은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우리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나올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찾고 있다”며 “60여년을 땅속에서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분들을 생각 한다면 어찌 열심히 찾지 않을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들 무슨 소용있냐”고 원망만 할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 제보하고 유전자 감식을 위한 혈액검사에 적극 동참하는 등 유해발굴에 동참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ki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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