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한 두 나무봉에 새끼줄망을 씌워 흙이나 퇴비를 운반하는 도구로 쓰는 '들것'은 지금도 119 구조대에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익숙돼 있는 도구지만, 소의 안장 역할을 하는 농기구 '길마'는 같은 운반용 기구라도 생소하다. 거름을 운반할 때 흘리지 않도록 하는 데 사용하는 '거름발채'도 낯설고, 요즘 같은 겨울에 산세와 눈과 얼음을 이용해 목재와 숯을 운반하던 '발구'쯤 되면 도시 아이들은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할 게 분명하다.

그러면 '달구지'는 알까?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필요한 운반 수단인 '마차'가 네 개의 바퀴를 달고 있지만 '달구지'는 바퀴가 두 개다. '그 때 그 시절' 티브이 프로 같은 데서 이따금 등장했으므로 달구지를 보았다는 기분이 들 것이나 최근 한 세대 사이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북한에선 이 달구지를 아직도 사용하는 모양이더라만.

"한 잔 먹세 그녀, 또 한 잔 먹세 그녀. 곶 것거 산(算) 노아 무진무진 먹세 그녀. 이 몸 주근 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송강 정철 선생이 지은 사설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 중 일부다. 이 노래에서 보듯 우리의 대표적 운반 기구는 뭐니뭐니 해도 지게다. 지게는 한국인의 삶은 물론 죽음과도 이렇게 가까웠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한껏 발휘된 이 지게가 대마도에 가면 '지케' 혹은 '지케이'가 된다.

편리하긴 하지만 지게 지기는 여간만 힘든 노동이 아니다. 등태에 등을 밀착시키고 윗세장 아랫세장을 허리에다가 얹은 뒤 지게작대기를 짚고 "끙" 하고 힘을 써야 짐 실은 지게를 메고 일어설 수 있다. 여당의 대권주자를 지게 지듯이 힘 들고 피땀 어린 노력을 한 사람에게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적절한 한국적 비유다. 어쨌든 대권을 공짜로 먹으려 하지 말라는 말이렷다.

李光埴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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