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푸릇 봄나물·알록달록 관광객…
[르포] 개장 정선 5일장을 가다

▲ 국내 대표 문화관광시장인 정선5일장이 지난 12일 개장한 가운데 봄을 알리는 산나물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정선/박창현

주민 봄 인사·정겨운 팔도 사투리 흥정 ‘웃음꽃’

곤드레 비빔밥·콧등치기 별미… 아리랑 공연도



“아줌미 이기 자연산더덕 맞제~.”

“아이고마 그기 산더덕 아니면 내 100만원을 물어준다 아이오.”

지난 12일 정선5일장이 문을 열던 날. 투박하지만 정겨운 흥정의 목소리가 장터 곳곳에 퍼졌다.

긴 겨울을 보낸 노점상들은 정선장터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이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선5일장은 이미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장으로 자리 잡은 터라 방문객의 수다 역시 팔도 사투리 경연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한편에서는 지역 주민들간에 한 겨울을 어떻게 보냈냐며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로의 문안과 농사정보를 교환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시골장터다.

이날 정선5일장터는 상가와 노점좌판으로 나눠져 800여m 길이로 늘어섰다. 장터 개장 첫날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춘 140여개 상점과 120여개 노점상 등 270여 곳이 손님을 맞이했다. 장터 곳곳에는 때 이른 봄나물이 시선을 유혹했다. 냉이, 달래, 씀바귀, 원추리 나물이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듯 파릇파릇한 속살을 드러내며 구미를 당긴다. 두 손 가득 담을 만한 소쿠리 크기에 담긴 냉이와 달래를 5000원에 사가라며 흥정이 시작된다.

정선5일장의 나물아줌마로 유명한 변옥녀(62·정선군 여량면)씨는 “올해는 유난히 봄날씨가 시원찮아서 진한 향기 나는 봄나물 보려면 보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물아줌마는 이어 “그래도 역시 장날처럼 좋은 날이 없어. 모처럼 많은 사람도 만나고 인심도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말만 잘하면 덤을 팍팍 준다니까”라며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상가들이 모여있는 장터 한복판에는 인심좋은 할머니의 손으로 빚어낸 빈대떡과 김치전병 코너가 자리 잡고 있다. 장터 구경에 허기가 진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바닥에 앉아 빈대떡 접시를 놓고 젓가락 전쟁을 벌인다. 또 다른 손님들은 막걸리 한 잔을 시원스레 들이킨다.

상가 음식점도 모처럼 청량리에서 관광열차를 타고 장터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정선의 특산품인 곤드레 비빔밥과 콧등치기 메밀국수는 최고의 인기밥상이다.

정선장터를 처음 방문한 이현수(42·서울 금호동)씨는 “평소 대형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다가 이런 전통시장에서 사람들과 뒤엉켜 다녀보니 너무 즐겁다”며 “도시의 삭막함을 벗어나 생활의 활기를 얻어간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정선5일장의 또다른 볼거리라면 정선아리랑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장터 마당은 매달 2, 7일 단위로 열리는 장날에 맞춰 오전 11시30분과 오후 1시에 각각 30분씩 정선아리랑의 구수하고 애절한 가락으로 채워진다. 개장 첫 날 공연장은 수백명의 관객이 아리랑의 추임새 속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5일장터의 멋과 흥겨움을 마음껏 즐겼다. 지난 해 12월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을 접목한 5일장터는 정선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극장’인 셈이다.

이윤광 정선아리랑시장조합 이사장은 “정선 장터는 시골의 인심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며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부터 5일장 이외에 주말장터도 추가로 열어 보다 신선하고 청정한 농특산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선/박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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