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군락지 파헤치고… 나무 베고·껍질 벗기고…
[르포] 화천 병풍산 임산물 불법 채취 피해 현장

▲ 임산물 불법 채취 단속에 나선 춘천국유림관리소 직원이 28일 화천 병풍산 능선에서 껍질이 벗겨진 느릅나무를 살펴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두릅나무 잘리고 병풍취 군락지 훼손
엄나무·느릅나무 수난

“이제 막 싹을 틔운 산나물마저 싹쓸이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이 참 무섭네요.”

청정 산나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강원도내 산림이 임산물 불법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싹쓸이 나물꾼’의 행태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임산물로 생계를 잇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28일, 춘천국유림관리소 직원과 함께 화천 병풍산을 찾았다.

병풍산은 산나물이 풍부해 임산물 불법 채취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산 입구에서 만난 산불 감시대원 김영희(60)씨는 “임산물 불법 채취는 현장 적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병풍산은 현재 입산 통제지역이다. 그러나 산 곳곳에서는 임산물 채취 흔적이 발견됐다. 막 새순이 돋아난 두릅나무는 뭉텅 잘려나갔고 병풍취 등 산나물 군락지도 마구잡이 채취로 심하게 파헤쳐져 있었다. 김씨는 “전담 공무원과 산불감시원 등이 총동원 돼 새벽부터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능선으로 향하는 길이 워낙 많기 때문에 채취꾼들의 발길을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전문 채취꾼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엄나무와 옻나무 느릅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채취군은 도벌도 서슴지 않고 있다.

춘천국유림관리소 신성식 주무관은 “엄나무 등 약효가 입증된 나무들이 마구잡이로 베어져 씨가 말라가고 있다”며 “새순이 돋기 시작한 산나물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산 중턱에 다다랐을 무렵, 앞서가던 신 주무관이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느릅나무를 가리켰다. 신 주무관은 “아토피와 천식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최근 느릅나무 껍질을 벗겨가는 채취꾼이 많다”며 “이들의 욕심 때문에 느릅나무와 엄나무 등이 남아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그는 또 “산 곳곳에 조성된 주민들의 임산물 재배지까지 훼손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곰취와 병풍취, 엄나무, 느릅나무, 옻나무 등이 비싼 값에 거래되면서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국유림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 임산물 불법 채취 행위에 대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신고제도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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