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엔저 직격탄 강릉수출화훼단지를 가다
1400→820원 추락 정부 지원마련 절실

▲ ‘엔저 공습’으로 국내 수출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최명식 강릉수출화훼단지 대표가 일본에 수출할 백합을 선별하고 있다. 강릉/김우열

“예전에 100엔어치를 팔면 1500원을 손에 쥐었는데 지금은 1000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니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13일 강릉시 연곡면 동덕리에 자리잡고 있는 강릉수출화훼단지.

일본에 수출할 백합을 선별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나 직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 1992년 마을 16개 농가들이 모여 만든 강릉수출화훼단지는 지금 설립 이래 가장 큰 시련에 봉착해 있다. ‘엔저 공습’으로 수출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예전과 같은 양을 수출하고도 손에 쥐는 수입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매년 평균 200만달러를 넘어 지난해 사상 최대인 280만달러 수출고를 올리면서 올해는 300만달러까지 목표를 상향 조정했으나 지금은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최악만 면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농가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13일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90원 수준. 지난 2009년 1546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450원 이상 엔저 급락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화훼 농가들은 같은 양을 팔아도 원화 수입이 줄어드는데다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수출 단가를 울며 겨자먹기로 더 낮춰야 하는 이중·삼중고까지 겪고 있다.

예전 가격대로 1400∼1500원을 고집하다가는 일본 수입선에서 다른 나라 거래선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격을 아예 더 낮춰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 출하되는 백합 한송이 가격은 지난해 한화로 1400원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820원(80엔) 수준으로 엔저 기준보다 더 급락했다.

판매·공판시설·항공·물류수송료 등 42%의 수수료와 난방비, 인건비 등의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사실상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가들은 “수입이 매달 20%씩 감소, 견딜 수 있는 수출 농가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릉수출화훼단지 대표이자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최명식 씨는 “백합 씨앗은 비싼 달러로 수입하는데 반해 재배한 백합은 엔화로 싸게 팔고 있고, 모형꽃인 조화로 인해 국내 내수시장마저 위축되는 등 위기가 겹치고 있다”며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릉/김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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