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인

정치부장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추진돼 비수도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참여정부때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착공되면서 주춤하는 듯하던 수도권규제완화 정책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에서 하지 못했던 몫까지 만회하려는 듯 강하게 추진했다.

MB는 퇴임을 불과 보름 앞둔 지난 2월 당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대학이전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정도로 임기말까지 수도권완화정책을 임기 5년내내 줄기차게 밀어붙인 것이다.

MB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결과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급감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44%씩 증가하던 수도권기업의 지방이전은 MB 정부 들어

-22.7%로 오히려 수도권으로 유턴했다.

박근혜 정부도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된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려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처럼 역대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것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계속 내세우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수도권 주민들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과 수도권은 “기업의 수도권 진입을 막고 규제하는 강제적인 방식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을 할 수 없다”며 “지방이 공장용지를 싸게 공급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 수도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돈과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은 ‘공동화’라는 멍에를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무원 월급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데도, 수도권은 국가경쟁력만을 내세운다.지금도 수도권 기업을 유치하려면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보조금 액수를 상향조정하며 애걸하고, 해당 기업은 ‘갑’의 위치에서 이를 즐기듯 관망하고 있는 상황인데, 수도권 규제완화가 현실화되면 비수도권지역은 빈사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도권이 모든 분야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역량을 빨아들이고 있는 마당에 규제마저 풀어버리면 가뜩이나 벌어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으로 전락한다.

수도권에서는 국가균형발전을 주장하는 비수도권 지역의 목소리를 ‘수도권 규제’와 동일시하고 있다. 수도권이 먹어야 하는 ‘파이’를 지방이 뺏어 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는 체급이 다른 선수끼리 경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힘의 세기가 다르고 신장이 차이가 나는 선수들이 공정한 경기를 위해 체급을 정하고 룰을 만드는 것과 다름 없다. 이 같은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힘센 선수만 승리를 독점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50%이상이 거주하고 대기업 본사의 90%이상과 공공기관의 85%이상, 금융기관의 70%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 국토의 88%를 차지하지만 대기업 본사와 공공기관이 10%에 불과한 비수도권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과밀지역에 공장총량제를 풀고, 그린벨트를 풀어 기업을 유치하고 대학을 세우는 ‘지방죽이기’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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