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사진부장

몇 년 전부터 춘천과 가평을 흐르는 북한강 수계에 무지개송어(rainbow trout)를 잡는 플라이 낚시꾼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가평 자라섬에서 춘천 의암호 하류까지 20여km에 서식하고 있는 무지개송어는 외래육식어종으로 북한강 수계에 존재하는 자체가 아이러니할 뿐만 아니라 북한강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강 상류에서 발견되는 무지개 송어는 가평 자라섬에서 겨울철에 열리는 송어축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자체마다 겨울축제를 활성화 하고 있는 요즘 가평군도 자라섬 일대에 수십 t의 무지개송어를 가두리 형태의 그물에 풀고 얼음낚시를 진행한다. 축제가 끝나고 무지개송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100% 수거는 어렵다. 한해 80여톤의 무지개송어를 방류한다면 500g 정도의 송어 16만 마리가 방류되는 것이다. 이중 95%의 수거율을 따져도 5%에 해당하는 8000여 마리가 매년 북한강으로 방류되는 것이다.

북한강으로 탈출 또는 미처 수거되지 못한 냉수성 어종인 무지개송어들은 수온이 낮은 겨울과 봄철에는 강의 깊은 곳에 머물다 담수가 끝나고 의암호의 방류가 시작 되는 때를 맞춰 냉수가 쏟아지는 상류인 의암호 하류까지 거슬러 올라온다.

지난 2005년 대한민국 낚시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바로 ‘횡성플라이낚시터’에 대한 문제이다. 횡성군이 2005년 5월 횡성댐 하류 섬강 3.5㎞거리 일대를 외지관광객 유치를 위한 플라이낚시터로 지정해 그해 12월말까지 시범 운영을 마치고 운영재개를 놓고 지역사회와 인터넷상으로 찬반 논란이 가열됐었다.

찬반논란의 중심은 이 낚시터에 방류한 3t의 외래 어종인 무지개 송어가 외래육식어종으로 토종어종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낚시터 운영을 중단해야 된다는 측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개해야 된다는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당시 플라이낚시터개발에 환경단체를 비롯한 여러 관계부처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낚시대상어종으로 ‘무지개송어(rainbow trout)’를 선정해 섬강일대에 방류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연하천에 도입되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선배격인 ‘배스’와‘블루길’을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올 듯하다. 당시 무지개송어를 이용한 ‘섬강플라이낚시터’ 계획은 2005년 12월 31일부로 사업이 종료되었고 이후 다시는 재개장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도입되는 어종이 꼭 대형육식어종이라서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초식성 어류나 작은 어류들도 함부로 방류하면 수 만년 동안 만들어 놓은 하천의 먹이그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처럼 엄청난 자연의 질서를 무너트릴 수 있는 무지개송어의 북한 강 상류지역의 잠식의 위험성은 강 건너 불 보듯 한 일이 됐다. 또한 자연생태계에서 4~5년 정도 수명을 가지고 있는 무지개송어이지만 매년 계속되는 축제로 엄청난 숫자의 자연 방류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토종 물고기와 달팽이 등을 주 먹이로 하는 무지개송어는 강과 계곡의 먹이사슬에서 최정점에 위치하며 우리 토착어종을 잡아먹고 사는 사나운 물고기일 수밖에 없다. 무지개송어의 천적이 될 만한 존재는 인간과 수달밖에 없다. 게다가 무지개송어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세계 8대 침략성 어종이며 그 위해성이 심각하다고 판단돼 원 서식지를 제외한 지역에서 퇴치를 결의한 물고기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하천인 북한강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소외받고 있는 북한강 상류의 환경생태계를 담당해야 할 환경청은 물론 내수면연구소와 환경단체들의 무관심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싶다. 한번 무너진 생태계 교란에 대한 원상복귀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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