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일 물폭탄… ‘호반’ 춘천이 ‘호수’로
효자연립·별당막국수 물바다… 복구 엄두 못내
주민 “춘천우체국∼신한은행 춘천지점 분석을”
퇴계동 12통 “흙물 닦고 누운 밤 빗물 또 밀려와”

“빗물에 젖은 이불과 옷가지를 말릴 연탄도 젖어버렸어요. 오늘 밤 어떻게 잘지 막막합니다.”

지난 14일 오전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빗물에 가재도구들이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당한 춘천시 퇴계동 12통 권대헌(75) 씨 부부.

권 씨 부부는 겨우 몸을 추스르고 하루종일 가재도구들을 씻고 방안에 쌓인 흙물을 닦아낸 후 축축한 방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불편한 잠도 몇 시간 자지 못한 채 성급히 일어나야 했다.

15일 새벽 또다시 방안으로 빗물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내기 시작했지만 밀려오는 빗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이들이 동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물을 모두 퍼낸 건 이날 오후 4시가 지나서였다.

권 씨는 “연탄 800장이 모두 물에 젖어 연탄 보일러를 가동할수 없게 됐다”며 “오늘도 또다시 축축한 방에서 자야 할지 아니면 경로당으로 대피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가재도구들이 모두 침수된 건 이교오(84·퇴계동) 할머니도 마찬가지.

인근에 사는 딸이 가재도구를 챙기러 왔지만 허리까지 찬 빗물에 몇 시간째 발을 구르다 겨우 방안에 들어설 수 있었지만 쓸 수 있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딸 공모(55)씨는 “어제 그렇게 침수피해를 봤으면 오늘은 잘 대처해야 했는데 또다시 침수 피해를 당했다”며 춘천시의 늑장대처를 원망했다.

이틀 내내 호수로 변한 퇴계동 12통 저지대는 40여가구가 살고 있지만 대부분 60대가 넘는 노인들이어서 지자체나 봉사단체들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틀째 도움의 손길은 거의 닿지 않았다.

효자동 효자연립 일원과 운교동 별당막국수 일대도 이틀동안 260㎜가 넘는 폭우로 물바다가 됐다.

효자연립 근처의 이병영(64)씨는 “주변에 사는 노인들은 노인정으로 대피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집에 남았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서 수해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효자연립 인근 골목에는 양수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쏟아지는 비에 역류해 들어오는 빗물이 섞이면서 수위가 차츰 오르자 주민들을 다시 긴장시켰다.

이번 비로 차량 10여대가 침수되거나 떠내려가고 12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은 별당막국수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도 이틀째 다시 물이 불어나자 피해를 막기 위해 몸부림쳤다.

담벼락이 무너지고 자판기가 300여m 떠내려가는 현장을 목격했던 이들은 다시는 수해를 입지 않기 위해 철물점에서 마대자루를 사 주위에 있는 흙을 퍼담기 시작했다.

박모(60)씨는 “춘천시가 오우수분류화 사업을 하면서 시설물을 잘못 설치해 빗물이 역류했다”며 “춘천우체국부터 신한은행 춘천지점까지 빗물이 역류한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섭·조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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