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키운 자식같은 인삼 흙더미에 묻혀 가슴 칩니다”
토사·나무 밭 뒤덮어 인삼 대부분 침수
피해규모 막대… “복구비 현실화 절실”

▲ 지난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춘천 서면 당림리의 야산에서 한 농민이 토사에 휩쓸린 인삼밭을 살펴보고 있다. 이진우

“복구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18일 춘천시 서면 당림1리. 이곳에서 수년째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황희중(55)씨는 흙에 파묻혀 자취를 감춘 인삼밭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집중호우로 지난 14일 오전 인삼밭 바로 뒤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엄청난 양의 토사와 나무들이 인삼밭 2644여㎡를 덮쳤다.

산사태로 전체 인삼밭의 3분의 1 정도가 거대한 흙더미로 변했다.

당시 황씨는 당림리 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자택인 방동리에서 한 걸음에 달려왔으나 이미 인삼밭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뒤였다.

오는 8월 수확을 앞두고 벌어진 참사였다.

인삼밭은 황씨에게 6년 동안의 수고를 보답하는 희망이었다.

하루아침에 애지중지 키웠던 수확의 꿈이 물거품이 되자 황씨는 물론 그의 아내도 상실감에 빠졌다.

그동안 인삼 농사를 지으면서 태풍과 폭설 등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인삼밭이 매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씨는 “수확이 코 앞이었다”며 “산이 무너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피해액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조만간 춘천시의 도움을 받아 인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일 예정이나 오랜 시간 매몰되면서 인삼 대부분은 이미 썩거나 상품성을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산사태를 피해 간 인삼들도 대부분 침수된 상태여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황씨는 “(인삼밭에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며 “흙더미를 거둬내봐야 알겠지만 건질 게 없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지자체의 피해 복구비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황씨는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복구비로는 인건비도 건질 수 없다”며 “지원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번 폭우로 춘천과 강릉 삼척 홍천 횡성 영월 평창 정선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 12개 시·군에서 농작물 249㏊가 침수되거나 유실됐다. 이상헌 koreas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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