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음주운전 단속 백태
150분간 3명 위반 “단속 예고 소용없어”
지난달 697명 적발

▲ 음주단속을 예고한 지난 2일 춘천 효자동 인근 도로에서 단속에 적발된 한 시민이 재측정을 받고 있다. 이진우
“(음주 단속을) 사전 예고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 가족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떠올리면 좋을텐데….”

주말을 앞둔 지난 2일 밤 10시. 춘천시 퇴계동 편도 4차선 도로중 2개 차로에 라바콘 10여 개가 촘촘히 세워졌다.

곧바로 음주단속이 실시됐다.

춘천경찰서 김희도 경위는 “야간 음주 단속은 운전자나 경찰관 모두 위험에 노출되는 만큼 안전사고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주 단속을 시작한 지 20여 분만에 측정조의 신호봉이 허공을 갈랐다. 승용차를 몰던 한 남성 운전자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것. 현장을 지휘하던 김 경위의 수신호에 따라 차량이 갓길로 옮겨졌다. 김 경위는 단속시간을 확인하고 단속 수치에 따른 조치사항을 전달했다. 이어 입안의 알코올 성분에 따른 과대 측정을 방지하기 위해 물 한잔을 차량 운전자에게 건넸다.

단속을 당한 운전자는 “8시간 전에 마신 술이다. 20m도 운전하지 않았다. 한번만 봐달라”며 측정을 지연시켰다. 몇분 동안의 실랑이 끝에 운전자는 체념한 듯 측정기에 입을 댔다. ‘삐-’하는 소리와 함께 측정기에 찍힌 숫자는 0.049%. 다행히 훈방조치 수준이었다. 운전자는 그러나 자신의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반성없이 단속을 강행한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김 경위는 “(음주운전 행위를 봐 달라고) 사정하다가도 훈방조치만 나오면 저렇게 돌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술을 마신 것 자체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30여분 뒤 이번에는 음주단속 지점 50m 앞에서 차량 한대가 헤드램프를 끄고 갑자기 속도를 줄였다. 김 경위가 차량으로 다가가 단속 상황을 설명했다. 운전자에게서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118%.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3일 오전 0시 30분. 예정됐던 150분간의 음주단속이 끝났다. 단속에 나섰던 경찰관들도 장비를 추슬렀다. 이날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모두 3명. 김 경위는 “음주단속을 사전 예고해도 음주 운전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며 “음주 운전은 범죄행위인 만큼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음주운전 단속이 예고된 뒤 지난 한달간 도내에서 697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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