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척 임원항·신남항 적조 급습 횟집 쑥대밭
활어 떼죽음… 피서 끝대목 장사 망쳐
적조 해수인입관 타고 수족관 유입
“왜 황토 안뿌렸나” 안일 행정 원망

▲ 망연자실 19일 삼척시 임원항 횟집상가 수조에 해수 인입관을 통해 적조가 유입,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자 한 상인이 망연자실 하고 있다. 삼척/홍성배

피서 막바지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삼척 임원항과 신남항에 적조가 급습했다.

19일 오전 삼척시 남단 임원항.

항내는 검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시뻘건 적조가 쪽빛 바다를 삼켜버렸다. 바닷가 횟집 활어들은 졸지에 떼죽음을 당했다.

항주변으로 늘어선 횟집 A, B, C동 40여곳의 상인들은 “적조로 인해 횟감용 활어가 떼죽음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폐사된 물고기를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횟집상인들은 18일 오후까지만 해도 자연산 광어와 우럭 가자미를 팔았다.

하지만 19일 새벽 장사를 하기 위해 상가 문을 여는 순간, 뱃살을 드러낸 채 죽어 있는 수천마리의 물고기들을 보며 땅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간밤에 적조가 해수인입관을 타고 유입, 손님상에 올라야 할 물고기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적조가 항에서부터 200m 밖 지하 17m에 설치된 300㎜의 해수인입관을 타고 들어와 양수장으로 취수, 육상관을 통해 각 횟집 상가로 유입된 때문이다.

횟집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자 상인들은 “며칠 전부터 동해안 적조가 들어와 강원도 환동해본부와 동해안 6개 시군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며 대책을 논의한 결과가 고작이거냐”며 한숨을 쉬었다.

상인 김모(56·여)씨는 “올해는 긴 장마와 폭염으로 횟감용 활어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비싸게 주고 자연산 광어 등을 사 놓았는데 200여마리의 물고기가 모두 죽었다”며 “적조피해가 없을 거라고 해 믿었는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이 아니고 뭐냐”고 울부짖었다.

또 다른 김모(67·여)씨는 “물고기 값이 비싸 여름내내 장사를 해 이제 본전을 하고 며칠 남은 막바지 피서에 수조에 담겨 있는 물고기를 팔아야 겨우 남는데 이제 어떡하냐”고 울상을 지었다.

정모(60·여)씨도 “적조로 인해 동네 주민들이 모두 굶어 죽게 생겼다”며 “적조가 왔다고 했는데 올해는 왜 황토를 뿌리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적조 발생으로 횟집들은 당분간 상가 철시가 불가피하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건어물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판매가 어려운 실정이다.

수십 척의 선주들은 출어를 해 보지만 횟집 상인들이 장사를 하지 못해 어가가 폭락, 연쇄 피해를 입고 있다.

삼척시 관계자는 “적조가 간밤에 연안 2마일 내에서 발생돼 해수인입관을 통해 횟집 수조로 들어와 횟집상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단기대책으로 냉각수와 공기 주입에 만전을 기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수인입관을 수심 30m 아래로 하는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에 급습한 적조는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회를 써는 어촌 상인들의 마음을 더 시뻘겋게 훑고 지나갔다.

삼척/홍성배 sbho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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