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영동본부 취재 국장

기자가 ‘적조’라는 바다의 이상현상을 목도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1995년 초가을에 삼척 연안을 덮친 적조를 현장에서 취재한 뒤 이번에 다시 적조와 마주치게 됐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친구처럼 끼고 성장했고, 20년 이상의 기자 생활 거의 대부분을 동해안에서 보내며 현장 취재를 해 온 기자가 지금껏 두번 정도밖에 적조를 보지 못했으니 동해안에서 적조가 드문 일이기는 하다.

도내 바다에 적조가 유입된 것은 지난 1995년과 2003년에 이어 햇수로 꼭 10년만이다. 그래서 동해안은 적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것 또한 사실이다. 더욱이 도내에는 해상에 적조의 직접 피해를 받는 어류 양식장 시설이 거의 없기에 적조를 바라보는 긴장 수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해안에서 시작된 적조가 강원도 바다의 턱밑인 경북 울진군 해역까지 북상하면서 양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상황에서도 “강원도는 바다 양식장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해안이나 경북 동해안처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위적 예측 전제가 중심 기조를 형성한 것도 그런 연유다.

그런데 지난 19일 새벽 삼척 임원항에서 우려했던 피해 상황이 터지고 말았다. 밤 사이에 적조가 연안 가까이 밀려들면서 횟집상가 40여개소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수산 당국은 낮에 해수면 표층에서 활동하다가 밤이 되면 10∼20m 바닷속으로 내려가는 특성을 지닌 적조 생물(코클로디니움)이 수중 17m 깊이에 설치된 임원항 회센터의 해수 인입관을 타고 들어오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조 생물의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아가미에 흡착되면 물고기는 질식 폐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수족관 같은 곳에는 소량의 적조생물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적조가 연안에 밀려들 경우 횟집이나 육상 양식시설들은 해수공급을 차단하고, 액화산소를 주입하면서 냉각기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물을 순환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적조 생물의 수조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문제는 고성∼삼척 도내 동해안에는 액화산소나 냉각기, 여과기 시설을 갖추지 못한 영세 횟집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밀도 적조가 연안에 번질 경우 물고기 떼죽음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기에 대책 수립이 ‘발등의 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류에 비해 조개 등 패류는 적조에 강하다고 하지만, 이번에 경북 포항에서는 15만마리 이상의 전복이 고밀도 적조로 폐사했다. 또 울산에서는 가두리 양식장이 아닌 연안의 정착성 물고기가 적조로 폐사하는 기현상까지 빚어졌다. 자연상태의 물고기가 적조를 피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지만, 사실 기자는 1995년 도내 적조 발생 당시 삼척 연안에서 자연 상태의 물고기가 죽어 백사장으로 떠밀려 나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근거 없는 불안 심리 때문에 회라든가 수산물 소비 시장이 위축되는 것도 생겨서는 안되는 일이다. 사실 적조는 점액질이 아가미에 붙어 물고기를 폐사시킬 뿐 인체에 해로운 독성 물질이 아니어서 회 등의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데도 수산물 소비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더 큰 피해다. 강원도와 시·군의 수산 당국에서는 관계 부서간 협조체제를 가동, 이 같이 예측 가능한 모든 피해를 알뜰하게 살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적조는 진정세에 접어들고 있으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 빈도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강릉·양양에 적조가 유입된 것은 아니지만, 사상 처음 양양군 해역에까지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도내 동해안에 해상 어류 양식시설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최악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재난 대비 자세로 적조 피해 가능성을 살피고,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는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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