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추수기 맞은 양구 도촌리 배꼽마을
빚내 농기계 구입 큰 부담
인건비·농자재값도 껑충
23일 수매 앞두고 근심만

추석을 앞둔 농촌 들녘에서 서서히 시작된 가을걷이로 풍요의 계절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업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해 애지중지 키워 거둬들인 쌀이 올해는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할지 근심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15일 양구군 남면 도촌리 배꼽마을. 지리적으로 국토 정중앙에 위치한 이 마을 역시 온통 황금빛 물결이다.

명절을 앞두고 농가들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논에서만 수확의 흔적이 있을 뿐 마을은 의외로 한산했다. 들녘을 따라 기계소리가 요란한 도정공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몇몇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소양강댐 주변마을 지원사업으로 설치된 도촌리 도정공장은 마을 공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면적 330㎡ 규모에 건조기와 도정기, 소포장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도촌리의 쌀은 ‘자연중심 양구 정중앙 오대쌀’의 자체 상표로 생산, 학교급식으로도 공급되고 있다.

직원 우창연(55)씨는 “양구지역에서 농협시설을 제외하고 마을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도정공장 중 가장 시설이 좋다”고 귀띔했다. 다른 마을보다 사정은 나아보였지만 이곳 농가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을에서 가장 어린 ‘농사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병삼(50)씨는 올해 벼 수확량에 대해 묻자 “지난해보다 조금 못 미치는 정도”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추수를 앞둔 현재 양구지역의 벼베기는 10% 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정씨도 명절 선물용과 가족이 먹을 정도만 수확해 이날 도정공장을 찾았다.

정씨의 경우 대부분 땅을 임대해 6만6000㎡ 규모로 논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래도 마을에서는 대농에 속한다. 20년 전 전업농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당시에 농사를 지으셨던 그분들이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고 쌀값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인건비와 농자재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논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씨는 “고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농사를 대규모로 지어야 하고, 이를 위해 빚을 내서 각종 농기계를 구입할 수밖에 없어 농사를 그만두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정씨는 젊은이들이 대규모로 농사를 지어도 어려운데 소규모 논농사를 짓는 노인들은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운기를 몰고 도정을 맡긴 쌀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은 민천호(76)씨는 “9900㎡의 논 중 3960㎡를 수확했는데 지난해보다 적게 나왔다. 한해 힘들게 농사를 지어봐야 손에 들어오는 건 고작 몇 백만원에 불과하다. 이제는 힘이 부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양구군의 올해 벼 수매는 오는 23일쯤 본격적으로 실시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햅쌀 수매는 정부 잠정가 5만6000원(40㎏)으로, 추후 확정된 수매가에 따라 정산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양구/최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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