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양양 송이 채취현장을 가보니
50년 경력 송만종 씨 “올해는 흉년”
“채취 땐 욕심 금물·비상식량 챙겨야”

▲ 지난 27일 양양군 서면 서림리 벽실골에서 송만종(75·양양군 서림리) 씨가 소나무 밑에서 송이를 발견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양양/송원호

유례없는 늦더위와 적은 강수량으로 올해 송이 작황이 부진하다.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양양송이 역시 생산량이 급감해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빈번하게 들려오는 버섯 채취 사고 소식까지 더해 씁쓸한 일만 가득하다. 어렵고 위험하다는 송이 채취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채취 현장에 동행했다.

지난 27일 새벽 양양군 서면 서림리 벽실골.

언제부터 송이를 따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는 경력 50년 이상의 송만종(75)씨를 기다려 사람의 출입을 막기 위해 굳게 잠긴 국유림 임도의 철문을 따고 울퉁불퉁한 임도를 올랐다. 차창 밖으로 송이꾼들에게만 허락된 비경이 끝없이 펼쳐지며 새벽녘 몽롱한 정신을 맑게 해줬다.

차로 30분 이상을 더 달려 송이가 난다는 이름 모를 고지대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포근함이 감도는 낮과는 달리 한기를 머금은 송이산지의 차가운 새벽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길이 없는 산 한쪽을 가리키며 따라오라는 송씨의 말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요 며칠 내린 비로 바닥까지 촉촉이 젖어 있어 경험이 전무한 기자는 미끄러지길 수차례. 행여 큰 부상이라도 입을까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70대 할아버지 송씨는 40년이란 나이차를 비웃듯 기자보다 3배는 빠른 속도로 숲속을 누볐다. 송씨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잠깐 사이 크고 작은 송이 6개를 찾아냈다.

“국유림의 경우 마을별로 2∼3개 작목반으로 나눠 순번을 정해 송이 채취에 나서는데 평년 1개 작목반이 하루 20∼30㎏ 채취했는데 올해는 하루 2∼3㎏ 따기도 힘들어 매일 못가고 3일에 한번 산에 오르고 있다”고 탄식했다. 송이 채취 방법을 물으니 송씨는 “경험으로 송이밭을 기억하고 찾고 직접 가보지 않는 이상 설명해 준다 한들 아무나 찾을 수 없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윽고 송씨는 기자에게 이곳에 송이가 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덤불을 뚫고 솟아오르는 다른 버섯과 달리 솔잎 낙엽 사이에 꽁꽁 감춰져 있어 전혀 알 수 없었다.

송씨는 “소나무 아래 바닥에 덮인 솔잎이 마치 봉분처럼 타원형으로 솟은 곳에 송이가 있다”며 “때문에 송이를 채취할 때는 이 같은 미세한 굴곡을 찾기 위해 산위를 바라보며 걸어야지 아래를 바라보면 절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련한 송씨가 송이를 딴 기쁨에 잠시 긴장을 늦추다 한 차례 엉덩방아를 찧었다. 위태로운 마음에 송이 채취시 주의사항을 물으니 욕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란다. “표지판도 없는 깊은 산중이다 보니 예부터 초보 송이꾼들이 욕심을 부리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아 종종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며 “한번은 수십리 길인 내현리 인근까지 헤매고 있는 것을 데리고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니 휴대전화는 당연히 불통이고 실종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할 수 있으니 비상식량과 라이터를 챙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양양/송원호 azoqu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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