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양구 벼 수매 현장을 가다
올해 최악… 생산량 감소
농기계 할부금 벌써 걱정

▲ 양구지역의 올해 쌀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해안면에서 막바지 벼 수확을 하던 한 농업인이 속이 타는 듯 물을 들이키고 있다. 양구/최원명

“벼 농사 지어봐야 뭐 남는 게 있나요. 그냥 입에 풀칠하는 정도지….”

양구지역의 햅쌀 수매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수확량이 지난해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적인 쌀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 쌀값 하락이 예상돼 지역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강원도 최북단 마을인 양구군 해안면의 농협 DSC(벼 건조저장시설).

농협수매를 위해 이날 추수한 벼를 싣고 이곳을 찾은 강춘권(57)씨는 요즘 벼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40년 가까이 벼농사를 지어왔다는 그는 “올해 벼농사는 ‘최악’이다. 매년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결국 남는 건 빚밖에 없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강씨의 논에서 콤바인을 이용, 벼 수확을 도와주던 이호삼(66)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지역에서는 나름대로 대농에 속하지만 각종 농기계를 구입, 이렇게 남의 논에서 일손을 도와 수익을 올리지 않으면 할부금을 제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무리하게 농기계를 구입해 빚더미에 내몰린 농가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올해는 특히 수확량도 크게 줄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양구군과 양구농협에 따르면 올해 양구지역 쌀 생산량은 평년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수시기인 지난 7∼8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많아 쭉정이 벼가 상당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양구군에 배정된 공공비축미(309t)의 경우 겨우 물량은 맞춰졌지만 양구농협의 수매는 지난해보다 1000t가량이 감소한 3500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의 작황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쌀 수확량은 전국적으로 지난해보다 23만4000t이 증가한 424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14양곡연도(2013년 11월∼2014년 10월) 전체 햅쌀 수요 추정량 419만1000t(공공비축미 포함)보다 4만9000t 초과한 것으로 쌀값 하락이 우려돼 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지원과 수매가격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이주환 양구군쌀전업농연합회장은 “쌀 소득보전 직불금 산정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은 매년 제자리걸음이고 공공비축미와 농협 수매가도 물가상승률이나 농사비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등 농민들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벼 농가들의 소득이 매년 줄어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올해 공공비축미(1등급 40kg기준)의 경우 우선지급금은 지난해보다 6000원 오른 5만5000원(산물벼는 포장비 포함)으로 책정했으며 양구농협의 수매가는 지난해(5만6500원)와 비슷한 5만7000원으로 결정됐다. 양구/최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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