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주 도매시장 배추경매 현장
평균가 반토막
경매 참여 급감

▲ 지난 8일 오후 원주시농산물공영도매시장에서 진행된 가을배추 경매에 나선 중간 도매상인들이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원주/윤수용

“오늘도 배추 경매가격이 높지 않겠네….”

지난 8일 오후 5시 원주시농산물공영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에서 진행된 가을배추 경매 직전, 경매사들이 농산물을 살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기자가 경매장을 찾은 날도 형편없는 가격에 을씨년스러운 날씨까지 겹쳐 달아올라야 할 분위기는 황량했다. 올 원주를 비롯한 영서지역 가을배추 경매가격이 폭락, 농업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도매시장에 따르면 원주백운·횡성·영월·평창지역 농업인들이 경매를 통해 출하한 올 가을배추(9월∼11월 5일)는 3.9t으로 전년 같은 기간(3.7t)과 비교해 소폭 증가했다.

이는 올해의 경우 특별한 자연재해가 없었고 작황도 좋아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춧값 폭등에 영향을 받은 농업인들의 재배면적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출하량이 소폭이지만 증가한 반면 경매가격은 반 토막 이상 나면서 경매 참여를 포기하는 농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배추 경매가격은 1묶음(3포기) 당 최고 1만2000원이었지만 올해 가격의 경우 최저 24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치적으로는 평균 3분의 2 정도 가격이 폭락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300여 묶음의 가을배추 대부분이 2800원 안팎에서 낙찰됐다.

월별 경매평균가격도 지난해는 △9월 1만1000원 △10월 8000원 △11월 5000원으로 출하시기별 안정적인 가격 등락을 보였지만 올해는 △9월 1만원 △10월 4000원 △11월 3000원 등으로 하락폭이 확대됐다는 것.

원주 원예하나로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을배추도 지난 8일 현재 3980원(1묶음)으로 지난해(6000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품성이 우수한 특품도 5000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가을배추 가격 폭락에 따라 경매 참여를 포기한 농가들은 새벽시장이나 직거래 등으로 판로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 출하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매에 참여한 한남석(원주시 관설동)씨는 “올해 1만㎡ 규모의 배추 재배에 나섰지만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어 경매를 통한 출하를 포기한 지 오래”라며 “인근 식당에 무상으로 공급 후 식사 제공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정하 원주시농산물공영도매시장 파트장(경매사)은 “경매가격 폭락 상황에서 농업인들은 포기 당 700원을 받고 소비자들이 직접 밭에서 배추를 뽑아가게 하는 자구책까지 내놓고 있다”며 “상품 확인 절차 없이 출하자 명성만으로 경매가 이뤄지던 평년과 달리 가격 자체가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원주/윤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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