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과일값 폭락… 과수원을 가다
평년비 공급량 급증
소비심리 침체 지속
당분간 하락세 전망

▲ 최근 과일값 폭락으로 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춘천 동내면 신촌리의 한 농민이 착잡한 심정으로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이진우
30일 오전 춘천시 동내면 신촌1리에 위치한 사과 과수원. 9000㎡ 면적의 사과 과수원에는 만생종 사과가 주렁주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수원 주인인 이인영(40·춘천사과작목반 총무)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작황이 좋아보인다’고 기자가 건넨 인사가 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추석 이후 연이어 과일값이 크게 떨어져 수익이 반토막 났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씨가 나흘 전 판매를 마친 25t 물량의 사과 중생종 가격은 5㎏당 2만∼3만5000원 수준으로 평년(5만원)의 절반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씨는 “중생종의 경우 저장에 취약해 출하를 지연하지도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헐값에 상품을 출하했다”고 씁쓸해 했다.

앞서 9월 초 수확을 마친 12t 물량의 복숭아 역시 공판장 가격으로 지난해 대비 30% 이상 떨어진 가격에 팔았다.

이씨는 “춘천사과작목반 65개 농가 중 대부분이 과일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만생종 사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추석 이후 과일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는 것은 평년보다 공급량이 급증해 가격이 폭락한데다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aT 농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홍로 사과(15㎏ 상품)의 도매가격은 4만4400원으로 지난달 1일(7만1000원)에 비해 37.4%(2만6600원) 떨어졌다.

9월 평균 가격도 6만1210원으로 2011년(5만7270원)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배(신고상품 15㎏) 역시 이날 2만7600원으로 지난달 1일(5만6600원)보다 51.2%(2만9000원) 폭락했으며 9월 평균 가격(4만1027원) 또한 2011년(3만8853원) 이후 가장 낮았다.

양재준 춘천시농수산물도매시장 소장은 “추석 이후 풍년의 역설로 과일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고민”이라고 밝혔다.

최경식 kyungsi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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