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문화 여성 한국어 교실을 가다
높임말·문법 정복 배움열기 ‘후끈’
“우수한 문자 두고 외래어 범람 씁쓸”

▲ 제56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춘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반 강의실에서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다문화 여성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서영

“한글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제56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춘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반 강의실에는 “한국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4계절이 있습니다”를 힘차게 읽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국적의 다문화 여성 30여명은 김정숙(37) 한국어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한글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해 춘천에 정착한 이들은 7개월째 매주 4시간씩 한국어 집중 수업을 받고 있다. 어눌한 발음은 많이 교정됐고, ‘왔’, ‘갔’, ‘값’ 등 매번 헷갈렸던 맞춤법도 이제는 틀리지 않고 자신있게 쓸 정도다.

받아쓰기 실력도 부쩍 늘었다.

다문화 여성들은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한 글자가 되는 한글의 원리를 터득,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며 한글의 우수성을 깨닫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마우린 카르시아(27)씨는 “한글은 배우면 배울수록 신기하다”며 “자음, 모음에 어떤 받침이 있느냐에 따라 뜻도 달라지고 무슨 말이든지 다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생활이 2년 가까이 됐지만 글을 쓰지 못해 매우 불편했다”며 “이제는 글도 쓰고 읽을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사위와의 소통을 위해 한국어반에 등록한 중국인 왕셰(王學·64)씨는 “한자는 각 글자가 소리와 모양이 달라 둘을 함께 외워야 하는데 한글은 기본 발음기호가 문자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며 “사위와 손녀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 지역 다문화 여성들의 한글 사랑 열기도 뜨겁다.

이날 오후 실용한국어반 수업이 한창인 원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강의실에서는 10여명의 다문화 여성들이 강사의 지도 아래 ‘내일은 한글날,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문장을 받아쓰기 하고 있었다. 베트남 출신 레티팜(26)씨는 “한글처럼 우수한 문자가 없는데 또래 친구들이 외래어와 줄임말을 많이 쓰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힌 뒤, “높임말과 문법이 어렵지만 더 열심히 공부해 한글을 완전 정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에서 온 조우하이징(32)씨도 “가족들과 더욱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글에 담긴 의미도 잘 습득할 수 있도록 한글 공부에 계속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원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복지사는 “한국어 교육에 참가한 다문화 여성들의 남다른 한글 사랑을 보면 줄임말과 외래어에 물든 현 세태가 아쉽다”며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적극 나서야겠다”고 밝혔다.

박지은 pje@kado.net

원주/정성원 jswzokoo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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