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릉 율곡중 첫 9시 등교 현장
도내 첫 시행… 충분한 수면 교정 ‘웃음꽃’
등교후 5분만에 1교시 수업 개선 필요성도

▲ 강릉 율곡중학교(교장 이기윤)가 13일 도내 중·고교에서 처음으로 ‘오전 9시 등교’에 들어간 가운데, 학생들이 여유롭게 등교하고 있다. 강릉/구정민

 

“중학생이 된 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했어요.”

13일 오전 8시50분. 평소라면 등교시간을 20분이나 넘겼고, 이미 다른 학교는 모두 수업이 시작됐지만, 강릉 율곡중학교 정문은 ‘때 늦은’ 등교를 하는 학생들로 북적댔다.

율곡중이 도내 처음으로 9시등교를 시행한 첫날 학생들은 여유가 넘쳤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정으로 들어서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데다 가족들과 아침식사까지 든든히 한 탓인지 연신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정다은(2학년)양은 “점심시간이 5분 단축되고, 하교시간이 10분 정도 늘어나 오후 4시20분이 된 것을 빼면 ‘오전 9시 등교’가 주는 혜택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매일 30분을 더 잘 수 있다는 여유로움은 물론, 가족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금영 교사도 “성장기 중학생들에게 충분한 아침 잠을 보장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의 얼굴에 생기가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율곡중은 9시 등교 건의가 제기되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실시한 학부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전교생 761명 중 739명)의 58.9%(436명)가 9시 등교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날부터 9시 등교, 9시 5분 1교시 수업을 시행했다.

시행 첫날 학생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아침시간에 여유가 생긴 것을 반기면서도 9시 등교 후 5분만에 수업 준비를 마쳐야하는 데는 일부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기윤 교장은 “학부모들 가운데 일부가 ‘등교시간을 늦추자’고 건의한데다, 경기도에서 시행중인 9시 등교가 학생들의 수면시간을 늘려주고 학업 성취의욕을 고취한다는데 공감해 ‘9시 등교’를 전격 도입하게 됐다”며 “아직 시행초기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은 점차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율곡중은 맞벌이 부부 등 가정형편 때문에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영어회화실과 상담실, 복지실, 도서실 등 4곳을 담당하는 교직원들이 오전 8시20분까지 출근해 해당 교실을 개방했고, 일반 교직원들도 8시30분에 출근해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강릉/구정민 ko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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