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유쿼터량 감량 예고 낙농가 한숨
집유량 최대 10%까지 감량 공문 발송
농장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대책 요구

▲ 국내 낙농가들이 사료값 증가, 유가공업계의 분유 수입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유 소비 둔화 추세로 최근 경영 기본 안전장치인 원유 쿼터량 감량 위기에 처하면서 경영 부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젖소 농장. 횡성/정태욱

최근 사료값 폭등에 이어 우유 소비 둔화, 유가공업계의 탈지·전지 분유 수입 증가로 낙농가에게는 무엇 하나 반가운 소식이 없다. 더구나 낙농 선진국과의 FTA 발효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낙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9일 젖소 5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횡성의 한 농장. 농장주 A씨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축사 안 젖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농장과 거래하고 있는 유가공 업체가 최근 원유 집유 쿼터량을 조만간 최대 10%까지 감량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

원유 쿼터량이란 낙농가가 유가공업체에 매일 납유할 수 있는 원유 한도량으로 낙농가에게는 최소한의 경영 안전장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우유 소비가 둔화되고 유가공업체가 원유를 가공해 만드는 분유마저 재고가 쌓이면서 이같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이 농장의 하루 원유 쿼터량은 최대 1450ℓ로 만약 10% 감량되면 하루 145ℓ의 원유를 업체에 납유하지 못하게 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하루 17여만원, 한달이면 무려 500여만원에 달한다.

쿼터량을 다 채운 뒤 판매되는 원유의 경우 정가 납유가격인 ℓ당 1200원의 10%도 안되는 ℓ당 100원이라는 헐값에 팔려 나가는 현실에서 쿼터량 감량은 낙농가 입장에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라다.

그는 또 “일부 업체에서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쿼터량 감량이 여의치 않으면 쿼터량은 그대로 두면서 원유 납품 단가를 낮추고 있다”며 “이래저래 농가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한숨을 내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젖소들에게 사료를 주던 그는 또한번 쿼터량 감량을 예고한 유가공업체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유가공업체는 낙농가가 하루 쿼터량을 못채우면 그만인 반면 쿼터량을 넘겨 생산된 양은 헐값에 사들이기 때문에 낙농가가 데이터상으로 연간 쿼터 물량을 모두 채워도 사실상 수익은 평균 80%에도 못미친다”며 “때문에 쿼터량내 만큼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연간 쿼터량 총량제’ 도입을 수년간 요구하고 있으나 대부분 유가공업체가 올해도 이를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분유 재고가 쌓이는 것에 대해 “소비가 줄어든 것보다 유가공업체들이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바나나맛 우유 등 가공유의 원료인 탈지 및 전지분유 대부분을 원가가 저렴한 해외에서 수입하면서 발생한 측면이 더 강하다”며 “엄밀히 말하면 유가공업체로부터 외면받은 국내산 분유가 쌓였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그는 “현재 국내 낙농가들은 너무 엄격한 식품위생법 등으로 원유를 생산해 유가공업체에 넘기는 일 외에는 치즈 생산 등 다른 것은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정부는 벼랑끝에 선 낙농가들을 위해 다양한 생계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횡성/정태욱 tae92@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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