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제역 매몰지 주민 표정
분원성대장균군 검출
매몰지 93% 재이용
추가오염 확산 우려

속보=3년 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 된 강원도내 매몰지 인근 일부 지하수가 병원성 미생물로 오염된 사실이 정부 연구용역 조사에서 드러나자(본지10월 20일자 1면) 매몰지 인근 주민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일 오전 화천 사내면의 한 사유지. 이곳에는 지난 2011년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해 돼지 1300여마리가 한꺼번에 땅에 파묻혀 있다. 땅 주인 A씨는 “당시 6m 깊이로 파고 비닐과 흙 등을 덮어 돼지를 산채로 묻었다”고 회상했다.

이곳은 지난 4월부터 살처분 가축의 의무 매몰기간(3년)이 지나면서 A씨에게 매몰지 이용이 허가됐다.

이에 따라 현재 고추와 깨, 배추 재배가 이뤄지면서 매몰지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연구용역 조사 결과 화천군 사내면 지역 매몰지 주변 인근 지하수에서 3년 연속 분원성대장균군이 검출된 사실이 드러나자 A씨를 비롯한 매몰지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화천군에서는 전체 매몰지 23곳 가운데 지하수 등 오염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전체 매몰지를 관리연장 대상에서 제외시켰지만, 이번 조사 결과 한 조사지점에서 3년 연속 병원성미생물 검출이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자 관리연장 대상지 선정에 ‘부실 조사 의혹’마저 일고 있다.

A씨는 “구제역이 발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 안심하고 있었는데 일부 지하수가 오염됐다는 소식에 당황스럽다”며 “주변 목장 및 농장에서는 워낙 매몰지 지대가 높은데다 살처분 당시에도 땅이 잘 파지지 않았다고 해 지하수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화천군 관계자는 “올해 조사 결과 일부 지역에서 총대장균이 검출되기도 했으나 수치가 미미해 관리연장 대상지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분원성대장균군이 검출된 지역의 경우 매몰지 영향보다는 퇴비와 동물의 분변 등에 의한 오염으로 보여진다”고 해명했다.

한편 도내 매몰지 10곳 중 9곳은 이미 사체발굴 등을 통해 매몰지가 주민들에 의해 재이용되고 있어 향후 추가 오염이 확산될 경우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도내 470곳의 구제역 매몰지 가운데 행정당국의 관리가 연장된 곳은 32곳(6.8%)에 불과, 438곳(93%)은 다른 용도로 사용중이다. 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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