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록

정치부장

강원도의 정치성향은 동서보다 남북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물류는 영동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정치물류는 중앙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역대 총선이나 대선을 봐도 강원도는 수도권 민심보다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의 영향권에 놓여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최근 10년간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강원도는 현 정부여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두 번의 대선은 물론이고 지난 총선에서도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것도 강원도였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과 이어진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으로 시작해 박 대통령으로 끝난 선거였다.

그러나 두 번의 대선에서 승리한 대구경북(TK)정권은 강원도에 어떤 관심을 보였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만지작 거린 카드는 첨단의료복합단지였다. 결과적으로 의료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한 원주는 대구에 밀렸다. 최근 대구 현지언론에서 대구가 아직도 의료복합단지의 방향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급하게 지정을 서두른 것 같다. 강원도청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첨단산업과 같은 주요 전략사업의 사업권역을 만만한 강원도와 대구경북을 함께 묶어 경쟁시키는 일도 비일비재라다고 한다.

인사는 어떤가. 최근 정부부처의 핵심 보직을 놓고 강원도출신 인사와 TK출신인사가 경합했던 사례가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 자리는 TK인사에게 돌아갔다. 그 때 강원도 출신 인사에게 남겼던 말이 “일을 잘해서 윗분이 놔주질 않는다”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강원도 출신인사들이 발탁되거나 요직에 앉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거의 없는 점을 보면 다들 일 잘한 탓에 윗분들께서 놔주질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헛웃음으로 넘기기에는 강원도의 인사소외는 사실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강원도가 매몰차게 돌려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정이 달랐다. 영동고속도로 4차선사업의 조기 완공을 비롯해 38번국도 완공과 같은 중장기과제들은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조기에 해결됐다. 참여정부 때는 강원도를 스쳐지나가기만 했어도 강원도 출신이라고 내세우던 시절도 있었다. 강원도의 외면에도 불구, 전국적인 지지가 간절했던 이들 정권은 강원도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정말 옛날 옛적같지만 불과 10년도 안된 얘기들이다.

이처럼 강원도를 둘러싼 정치의 패러독스는 그대로 강원도의 현실이다. 강원도가 선거 때마다 보내 준 일방적인 지지는 역으로 강원도의 낙후와 소외를 불러왔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 희화화하는 강원도의 ‘TK 2중대론’에 반론을 제기할 명분과 근거도 마땅치 않다. 정부가 평창겨울올림픽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도 딱히 대안도 없다. 동서고속철은 물론이고 정부가 이런 저린 이유를 달아 제동을 걸어도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강원도는 더욱 독해져야 한다고들 한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도출신 정치권 인사는 “뒤늦게 뛰어들었다면 더 독해지지 않고는 이길 수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강원도가 변화의 객체로 남아있는 한 피동적인 환경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외치는 독백은 자기만족은 몰라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바로 강원도의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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