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펜션 불법건축물 단속 현장을 가다
천장·바닥 온통 가연성 소화기 1대도 한보여
“철거 대신 과태료” 적발 업주 ‘배짱 영업’

▲ 지난 5일 춘천시청 단속반이 불법 건축물로 확인된 강촌의 한 펜션 야외바비큐장에서 위반 사항 등을 기록하고 있다. 최경식

“전남 담양 펜션 화재가 발생한 바비큐장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지어진 불법 건축물입니다.”

지난 5일 춘천시청 단속반이 찾은 강촌의 한 펜션 바비큐장은 화재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담양 펜션의 야외 바비큐장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지붕 전체와 벽면 일부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으며 벽면 중간은 하우스용 비닐, 바닥은 나무 판자로 지어져 바비큐장 전체가 화재에 취약한 자재들로 가득했다. 불법 건축물 단속반인 이길형 춘천시 건축주택과 주무관은 “건축물 대장에는 등록조차 되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라며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열악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바비큐장 내부에는 휴대용 가스버너와 부탄가스 등 고기를 굽는 도구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으나 소화기는 없었다. 더욱이 2년전에 건립된 이 불법 야외바비큐장은 그동안 한 차례의 행정 단속도 받지 않았다.

펜션 역시 불법 건축물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펜션 2층과 3층 복도에서도 설치 기준을 위반한 바비큐장 2곳이 발견됐으며 창고 2곳과 야외 화장실, 차양막 2개 등이 불법 건출물로 확인됐다.

펜션 업주 A씨는 “야외바비큐장의 경우 철거가 간단하지만 2층과 3층에 마련된 바비큐장의 경우 크레인 등을 동원해 어렵게 설치한 것이라 철거가 힘들다”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업주의 답변은 곧 “불법 건축물 철거 대신 과태료를 납부해서라도 불법 건축물을 유지해 가겠다”는 ‘배짱 영업’의 전형적인 태도처럼 보였다.

인근 펜션에서도 차양시설을 비롯해 창고와 바비큐장 등에서 불법 건축물이 적발됐지만 영업주들은 “펜션에서 건축물 설치 기준을 100% 준수하는 곳은 거의 찾기 힘들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도소방본부 김영조 예방담당은 “담양 펜션 화재도 결국 안전불감증이 참사의 원인이었다”며 “펜션 업주들의 안전의식이 강화돼야 비극적인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춘천시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강촌 일대의 펜션 및 민박을 대상으로 불법 건축물 등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점검 대상 42곳 중 33곳(78.5%)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최경식 kyungsi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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