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용 한파 ‘인력시장’을 가다
새벽부터 30명 모여 15명은 ‘빈손 귀가’
외지 건설업체 잠식 외부인력과 경쟁

▲ 28일 새벽 춘천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초조하게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최경식
28일 새벽 5시30분 춘천의 한 인력사무소. 영하의 날씨 속에 털모자와 장갑으로 중무장 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6시가 지나자 어느새 30여명의 근로자들이 사무실과 휴게실에 빼곡히 앉아 난로에 몸을 녹였다.

10여분이 지나자 사무소 소장의 전화가 바쁘게 울려댔다. 건설현장에서 걸려온 일감 배당 전화였다. 소장으로부터 일을 배정받은 인부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자 동료들은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30여명의 인부 가운데 일찌감치 러브콜(?)을 받고 사무소를 빠져나간 인부들은 고작 절반 수준인 15명. 선택받지 못한 인부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30여분 가량 휴게실을 묵묵히 지켰지만 끝내 ‘허탕’을 치고 말았다.

건설 비수기인 겨울이라고 하지만 이날 찾은 인력사무소의 아침은 싸늘하다 못해 냉혹했다.

이틀 연속 콜을 받지 못한 김 모(52)씨의 한숨 가득한 입김이 텅빈 휴게실을 맴돌았다. 김씨는 “직장을 관두고 시작한 사업이 망해 결국 고역을 택했다”며 “온 몸을 굴려서라도 가족을 먹여살리겠다는 심정으로 몸부림치고 있지만 요즘은 허탈한 날이 많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식당 허드렛일까지 하며 힘겹게 살고 있는 김씨이지만 올 겨울은 유독 벅차다.

올해는 특히 세월호 참사 등 각종 대형참사가 겹치며 지역 경기는 물론 건설 현장의 체감경기도 계속 영하권이다.

더욱이 해를 거듭할수록 도내 외지 건설업체의 잠식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인력마저 외부 인력과 경쟁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인력사무소 A 소장은 “겨울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유독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최근에는 조기 은퇴자가 많아지면서 절반 정도는 직장인 개념으로 오고 있지만 허탕치기 일쑤여서 덩달아 마음이 무겁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춘천지역에 등록된 인력사무소는 40개 내외 수준인 가운데 이달 들어 이 중 60% 가량은 일감이 없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식 kyungsi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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