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GOP 철통경계 ‘이상무’
백두산부대 장병
혹한·가파른 산비탈 악조건 속 경계근무
“대한민국 수호 최선”

▲ 체감기온 영하 30도의 매서운 추위속에서 백석산 GOP에는 백두산부대 군장병들이 철통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양구 중동부전선/서영

“근무 중 이상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체감기온 영하 30도, 급경사를 오르다 보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들뜬 분위기 속에 31일 중동부전선 최전방을 찾았다.

양구 두타연으로 향하는 민통선 길목에서 산 능선을 따라 곡예운전을 하듯 1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백석산 GOP는 수시로 내리는 눈으로 온통 설국을 이룬 채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능선을 따라 이어진 철책과 초병들의 비장한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치의 도발도 용납치 않겠다는 백두산부대 장병들의 매서운 눈빛은 여전히 북쪽을 응시한 채 흐트러짐이 없었다.

정부가 남북간 대화를 제안하는 등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 고강도 군사훈련을 거듭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GOP 부대 병사들의 경계태세도 한층 강화된 상태였다.

겹겹이 둘러싸인 철책선 너머로 간혹 먹이를 찾기 위해 산비탈을 내려오는 산양과 멧돼지의 모습이 감지될 뿐 GOP 초병들에게는 그 어떤 움직임도 용납이 안됐다.

경계근무에 이어 순찰에 나선 초병들은 살을 에는 칼바람을 온 몸으로 견디며 얼어붙은 철조망을 꼼꼼히 살폈다.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는 장병들의 입가마다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혹한도 매서웠다.

백두산부대가 맡고 있는 GOP 작전지역은 표고차가 1000m가 넘어 휴전선 155마일 가운데 가장 험준한 산악지대로 악명이 높다. 한겨울에는 체감기온 영하 50도의 살인적인 맹추위도 찾아온다.

더욱이 이 지역은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도솔산·백석산 전투 등 6·25전쟁 당시 치열했던 격전지로 호국영령들의 희생으로 지켜 낸 곳이어서 백두산부대 장병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현역 장교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재일 상병은 “대한민국의 중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선배 전우와 아버지가 그러했듯 철통경계로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눈발이 날리는 구름사이로 어느덧 해가 저물자 칠흑 같은 어둠이 GOP에 내려앉았다. 군장검사 후 야간 경계근무에 투입된 초병들의 결연한 눈빛은 철책을 비추는 조명만큼이나 빛났다.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 전까지 혹한과도 맞서 싸워야 하는 백두산부대 장병들의 이 같은 철통경계는 을미년 새해 아침 또 다시 떠오르는 붉은 태양처럼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허종민 소초장은 “새해에도 백두산부대 장병들은 대한민국의 눈으로서 조국 수호의 최전선인 이곳 GOP에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적의 도발 시 ‘일전불사(一戰不辭 한바탕의 싸움이라도 마다하지 않음), 수사불패(雖死不敗 죽을 순 있어도 질 수는 없다)’의 자세로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양구 중동부전선/

최원명 wonmc@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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