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제 빙어마을 가뭄 이중고
빙어축제 무산 여파 주변 식당 개점휴업
어촌계도 판로 끊겨

▲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제 남면 신월리에서 담수구역으로 옮기지 못한 빈배가 하천의 비탈진 하상에 위태롭게 놓여있다. 인제/안의호

지난 여름부터 계속된 가뭄이 겨울까지 이어지면서 소양호의 넓은 벌이 사막(?)으로 변했다. 인제빙어축제 무산에 따른 경기 침체와 어업 차질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인제군 남면 부평리 일명 빙어마을을 찾았다.

“소양호에서 어업을 한지 30년 됐지만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입니다.”

소양호 부평선착장에서 만난 김종태 소양호어촌계장은 고개부터 내젓는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이 겨울 들어서도 계속돼 선착장 앞 소양호는 깊은 곳이 어른 허벅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개울로 변했다. 그나마 수심이 1m 이상이 돼야 서식하는 빙어마저 제 살길을 찾아 하류로 이동, 불모의 하천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매년 겨울 빙어낚시를 위해 부평리 일원 소양호를 찾던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빙어축제가 무산돼 축제장에 매년 2억원어치의 빙어를 공급하던 어촌계원들의 생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어업이 가능한 남면 신월리∼양구대교 구간에서 이달부터 하루 2t 가량의 빙어가 잡히지만 판로가 없어 어업인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인제산 빙어는 20년 가까이 빙어축제와 빙어낚시를 위해 인제를 찾은 방문객들이 현지에서 소비를 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는 공급처가 없기 때문이다.

소양호 주변의 식당들도 올 겨울에는 개점휴업 상태다. 예년엔 평일엔 수십명, 주말엔 수백명의 방문객이 소양호를 찾아 빙어낚시를 즐겼지만 올해는 완전히 발길이 끊겼다. 부평선착장 인근 한 식당의 경우 지난 주말에 예약으로 단골손님 한 팀을 받았을 뿐 이달 들어서는 아예 손님 자체가 없다. 소양호가 마르니 손님도 말랐다며 식당 주인은 사람 좋게 웃는다.

주로 횟감으로 이용하는 빙어는 활어의 경우 ㎏당 1만원선에 팔리지만 냉동으로 판매하면 ㎏당 1000원선이 고작이다. 그나마 냉동빙어도 내수보다 일본에 수출용으로 공급되는데 2월 이후에나 판매가 가능하다.

조업에 나선 어업인은 20여명. 그물수도 줄였다. 농업·상업 겸업가구는 그래도 버틸 수 있지만 어업을 전업으로 하는 주민은 생계가 막막하다.

김종태 어촌계장은 “일본에 수출할 빙어를 잡기위해서는 빙어채포 기간을 조금 연장할 필요가 있다”며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인 만큼 농업에 준하는 행정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인제/안의호 eunso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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