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설 앞둔 춘천 풍물시장
대형마트보다 가격 저럼 설 음식재 동날만큼 인기
“전통시장 경쟁력 높이자” 상인 스스로 변화도 한몫

▲ 설 명절을 앞두고 12일 춘천 풍물시장에는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진우
설 연휴를 엿새 앞둔 12일 춘천 온의동 풍물시장은 설 대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른 새벽부터 농산물을 수레에 가득 싣고 목 좋은 자리를 잡은 상인들은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과 시장 구경나온 노인들을 정겹게 맞았다.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경제분석이 무색할 만큼 상인과 고객이 물건을 놓고 흥정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전통시장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알뜰 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숙(43·여) 건어물상회 대표는 황태포 6200원(1마리), 동태살 4300원(500g), 고사리 7200원(400g), 도라지 6000원(400g)에 팔았다. 같은 상품을 인근 대형마트에서 구입할 경우 황태포 6913원, 동태살 6900원, 고사리 1만230원, 도라지 1만776원으로 가격이 최대 40% 차이가 난다.

김대표는 “시장 안의 물건은 유통단가가 붙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농산물은 농민들이 직접 수확한 것으로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떠들썩해질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이날 상점 곳곳에는 ‘설 제사상을 맞춤형으로 배달해 드립니다’는 푯말이 눈에 띄었다. 설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전화 한통이면 설당일 차례상을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다른 상점 가판대에 내걸린 ‘특가 세일’이라는 문구도 인상적이었다.

무 730원(1㎏), 대파 1620원(1단), 배추 960원(1㎏), 양파 400원(400g), 시금치 2230원(1단) 등이지만 고객이 입담으로 흥정을 잘할 경우 덤은 기본이다.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될 임산물은 재고가 동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밤 8300원(1㎏), 대추 6300원(400g) 등으로 대형마트보다 최대 4000원 저렴하기 때문이다.

시장 한쪽에서는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건장한 청년이 ‘장바구니를 배달해 드립니다’는 푯말을 목에 걸고 손님들을 맞았기 때문. 3000원 정도의 운임료를 받고 오토바이를 이용해 장바구니와 함께 고객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서비스를 해 풍물시장의 명물이 됐다.

상인 김민호(34·남)씨는 “직장을 구하기 전 아르바이트 겸 집에 있는 오토바이를 끌고 나왔다”며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상건 강원상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정겨움과 낮은 가격, 그리고 상인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kwwi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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