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축운송차 유입 원주 도축장
전국 각지서 몰려와
GPS 확인권한 없어 이동경로 파악 불가

▲ 10일 오후 원주의 대규모 도축장 내부에서 관계자들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최경식

10일 오후 원주의 한 대규모 도축장. 도축장 입구에 설치된 차량소독기 사이로 돼지를 가득 실은 대형 가축운송차량이 들어서자 차량 내·외부에 대한 소독이 실시됐다. 운전자는 무인소독기를 통한 개인 소독까지 마친 다음에야 돼지를 내렸다. 구제역 전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도축장에 대한 방역실태를 점검한 도 관계자는 가축운반 차량 소독시설 설치 여부 등 9가지의 점검 항목을 꼼꼼히 점검한 후 모두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처럼 도축장에 출입하는 차량들은 철저한 소독을 거치지만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들의 이동경로가 전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이 도축장에는 경기와 충청 등 타 시·도 농가에서 돼지 1600여마리, 소 20여마리를 실은 40여대의 차량들이 쉴새없이 드나들었지만 이동경로는 알 수 없었다. 차량에 부착된 GPS를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도축장에서 GPS를 열어볼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차량의 이동경로를 전혀 파악하지도 못한 채 전국 각지의 가축운송차량들을 출입시키다 보니 구제역 발생 농가를 경유한 차량들의 경우 즉시 이동제한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하지 못하고 도축장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이 도축장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6차례나 구제역 발생농가를 경유한 가축운송차량들이 무방비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제역의 경우 2주간의 잠복기간이 있어 구제역 발생 농가를 다녀간 차량이 도축장을 방문해도 사전 차단 대책이 없어 결국 ‘사후 약 방문’에 그치고 있다.

도축장을 점검한 도 관계자는 “도축장 내·외부에서는 결격사유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구제역 발생 농가를 경유한 차량들이 무방비로 유입될 수 있어 교차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원주 도축장 관계자는 “도축장이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원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소독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발생농가 차량의 유입 차단 등 선제적 조치는 취할 수 없어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원주/최경식 kyungsi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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