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명무실 그린푸드 존
저가 과자류 한가득
일부 성분 표시 안돼
‘컵볶이·팝콘치킨’ 등 조리과정 위생 불량

▲ 17일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튀김과 떡볶이 등의 고열량 분식류를 사먹고 있다. 이진우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해 시행 중인 ‘그린푸드 존’ 일대에 고열량·저영양 식품들이 다시 활개치고 있다.

17일 오후 춘천지역 모 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형형색색의 과자를 한 움큼씩 사서 나왔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후 문방구 안을 살펴보니 100원에서 200원 안팎의 저가 과자와 출처를 알 수 없어 안전성이 의심되는 불량식품이 진열장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초콜릿과 사탕류는 성분과 유통기한 식별이 불가능한 낱개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린푸드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품은 유통기한을 준수해야 하며 △열량 250㎉ 초과 △단백질 2g 미만 △당류 17g 초과 △포화지방 4g 미만 등의 ‘고열량 저영양’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몇몇 제품에는 첨가물 등 성분 및 영양표시가 전혀 돼 있지 않았고 해당 기준을 초과하는 식품도 있었다.

또 다른 학교 앞 분식집 앞에서는 어린이들이 ‘컵볶이’와 ‘팝콘치킨’을 사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이곳은 문구점과 식당이 이어져 있는 형태로 주인은 위생 장갑이나 위생모도 하지 않은 채 문구류를 만지던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식당 어디에도 음식 성분표나 원산지 표시는 찾을 수 없었고 조리대 주위에는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전반적인 위생상태가 의심스러웠다.

현행 법(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상 초·중·고등학교 200m 이내에서는 불량식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그린푸드존이 설정됐다.

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442개 초·중·고·특수학교 주변이 그린푸드존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 구역에서 어린이 기호식품을 취급하는 업소는 1900개소에 달한다.

그러나 고열량 및 저영양 식품판매 제한과 단속은 우수판매 지정업소인 분식점과 문구점 등으로 한정되면서 실효성이 낮은 상황이다.

현재 강원지역 그린푸드존 내 우수판매 지정업소는 90곳뿐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우수판매업소가 유해식품을 판매할 경우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그 외 업소들은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노학수 pressno@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