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미국 입양 권남주씨 가족 찾기위해 강릉 찾아

친모 사망·친부 만남 꺼려

언니들 못찾고 발길돌려

29년 전인 지난 1987년 4월17일 강릉의 한 산부인과에서 세상에 나온 갓난아기가 힘찬 울음소리를 터트렸다. 아기는 당시 41세인 엄마의 세번째 딸이었다. ‘딸이라도 괜찮다’는 엄마의 생각과 달리 시댁 식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두 딸이 있어 늦둥이로 아들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태어나면서 미성숙한 뇌에 발생한 손상으로 뇌병변장애를 앓아 신체활동에서 장애가 나타났다.

자신의 딸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했던 엄마는 생후 3개월 만에 ‘더 좋은 환경에 보내달라’며 딸을 도내 한 입양기관에 보냈다.

입양기관으로 옮겨진 아이는 ‘권남주’라는 이름을 받았고 서울의 한 입양기관을 거쳐 5개월 뒤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이후 28년이 지난 지난해 6월18일 권 씨는 가족들을 찾기위해 양부모와 함께 모국의 땅을 밟았다.

권 씨는 입양기관에 문의해 친어머니의 고향이 명주군(현 강릉시)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친어머니의 거주지를 확인한 그는 온 동네를 수소문 한 끝에 친어머니의 고향을 찾았지만 친어머니가 2005년 7월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을 접했다.

이 과정에서 두 친언니의 이름(금선·은선)을 알게됐다.

권 씨는 친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이름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권 씨는 친아버지도 찾았지만 새 가정을 꾸린 탓에 친부는 권 씨와의 만남을 끝까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는 예정된 치료를 미룰 수 없었던 권 씨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미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권남주씨는 “저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친어머니를 이해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 한국의 가족들을 만나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재 leejj@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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