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 강릉주재 기자

▲ 이서영 강릉주재 기자

어디를 가도 ‘바둑’ 얘기다. ‘4·13총선’이 코앞인데도 신문을 펼치면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간의 반상의 대결 기사로 거의 도배가 되고 있다.

한 지인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처음 꺾던 지난 13일,등산을 하면서도 툭툭 끊기는 인터넷을 수시로 검색하며 대국 진행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도 했다.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1988’의 바둑기사 최택에서부터 시작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류 최강 이세돌 9단이 연거푸 돌을 던지자 사람들은 기계문명의 성장에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내비쳤다. 돌이켜보면,바둑은 사람이 사람을 마주보고 어울리는 가장 오래된 ‘놀이 세상’이었다.

소싯적에 친구들과 바둑판을 앞에 놓고 티격태격하는 일도 많았지만 바둑에 대한 추억 한두가지 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 ‘친구’의 자리를 지금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거리에는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고 혼자 키득거리는 사람들 일색이다. 오죽하면 중국에서는 ‘저두족(低頭族)’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그런데 무심한 기계가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자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세돌’의 승리를 간절하게 갈구하고 응원했다.

인터넷에는 응원 댓글이 넘쳤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첫승을 거뒀을 때,대국장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요란하게 박수를 쳤다. 그것은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성 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일종의 ‘훈수’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3번의 패배를 안겼지만 그것조차 고마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arachi21@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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