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다양하게 살피는 시심 필요

▲ 김홍주 시민기자

·시인

·전 민예총 춘천지부장

·현 성수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어린이들의 글을 오랜만에 읽고 쓰는 서평입니다. 한 달여 정도를 어린이 글을 읽지 못하니 마치 뜨거운 여름날의 갈증처럼 필자의 목이 마르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다는 말입니다.

과연 우리 강원도의 어린이들은 요즘 어떤 시상에 빠져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철원 양구 화천 홍전 영월 정선등 시골에서 꿈을 키우며 본 지면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마음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서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번에 읽었던 정선 지역의 어느 저학년 어린이의 글이 매끄럽게 정형화되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애썼던 그 시심이 떠오르기도 했고, 양구 지역의 어린이가 쓴 비오는 날의 동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은 요즘 어린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과 글을 쓰지 않는다는 아픔이었습니다. 제가 요즘 매주 하루를 서울에 강의를 다니면서 전철에서 느끼는 광경은 어른 아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독서 인구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전철 안의 대부분의 승객들은 거의 핸드폰 화면을 보느라 여행을 가고 있는 가족들조차도 서로 대화 없이 스마트 폰의 빠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미래에 보물을 쌓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미래에 집의 기둥을 세우는 것과 같고, 독서를 하는 것은 그 집 지붕을 씌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때문에 본 지면의 작품을 읽거나 혹은 발표하고 꿈을 키우며 미래를 여는 것은 어린 시절에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꼭 마음에 담기를 기대합니다.

첫 번 작품으로 동시 ‘방방이장’(강릉 율곡 초3 김민설)을 살펴보면 이 글은 어린아이 운동기구인 ‘트램펄린장’의 스프링 위에서 뛰어 놀고 있는 즐거움을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문장은 ‘슬픔이 날아갈 때/ 내 몸에서는 땀이 난다’입니다. 이 표현은 매우 시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 시어에 대한 마무리 시어가 매우 약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료수를 먹고 나면/ 힘이 나온다’라는 표현 보다는 다른 상징적인 언어로 그 형상미를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서 보여주는 시어는 더욱 선명하고 상징성이 짙어야 합니다. 쉽게 결말을 쓰기 보다는 더 깊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음 작품은 ‘연필 미용실’(강릉 율곡초2 장서연)을 감상하겠습니다. 이 동시는 칭찬하고 싶은 잘 쓴 작품입니다. 매일 교실에서 사용하는 연필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어 미용실에 보내는 그 상상력이 놀랍습니다. 이 작품은 어린 아이만이 쓸 수 있는 동심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교감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좋은 시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주제를 자신의 생각을 담아 시어로 새롭게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입니다. 누구나 연필을 사용하며 매일 칼이나 기계로 깎아서 사용하지만 그러나 이렇게 시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때문에 항상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하여 사물을 주지하고 다양하게 살피는 시심이 필요합니다. 시의 소제를 멀리서 찾지 않고 생활 가까운 곳에서 찾는 자세도 매우 좋습니다.

마지막 작품으로 ‘고양이’(철원 내대초2 이아림)을 살펴보면, 가정에서 고양이를 기르며 쓴 동시입니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이 산문인지 운문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문을 동시처럼 한줄 씩 문장만 가른다고 동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 작품을 서로 문장을 붙어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동시로서의 특징이 약하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면을 잘 고려해서 산문은 더욱 산문처럼 쓰고, 동시는 또한 그 특징을 살펴서 압축과 상징과 비유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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