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설 관리 주체·예산 개최전 미리 정했다”
나가노 시민 65% 자원봉사 참여
시민참여 정신 올림픽 성공 자산
시설 명칭 시민 공모 참여 극대화
모터쇼·박람회 등 흑자 경영 전환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삿포로(1972년)와 나가노(1998년) 등 동계올림픽을 두번치른 일본에서 만난 올림픽시설 관계자들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1년여 남은 현재 서둘러야 하는 요건으로 ‘자원봉사자’와 ‘사후관리 기구 결정’ 등 두가지를 강조했다.


#‘스몰올림픽’의 키는 자원봉사자다

일본의 개최도시 관계자들은 먼저 올림픽 대회의 성공 개최는 물론 개최 후 지속가능한 유산 창출과 지역적 역량 극대화를 위해서는 상향식 자원봉사자 조직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엠웨이브 사장 츠치야 류이치로.

본지 취재진이 지난 9월말 나가노 올림픽(Nagan Olympic) 메모리얼 아레나(Memorial Arena)에서 만난 ‘엠웨이브(M-WAVE)’ 츠치야 류이치로 사장은 ‘평창’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자원봉사자’의 중요성을 제시했다.‘엠웨이브’는 나가노올림픽 시설을 유지관리하고 발전시키는 제3섹터 방식(민간·국가·지자체 공동출자)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나가노올림픽 개최당시 단골로 ‘관중 중 하나’로 나선 자원봉사 경험을 본인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그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시설과 경기력,관광 등 경제 부문 등이 모두 중요하겠지만 대회 개최 후 나가노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꼽으라면 그 당시 성공대회를 위해 혼심의 힘을 다했던 ‘볼런티어(Volunteer·자원봉사자)’의 축적된 경험이다”고 자신했다.

그는 “평창이 꼭 숙지해야할 것은 당시 나가노 시민의 65%가 볼런티어로 참여했고,이들의 경험이 고스란히 지역의 자긍심이 돼 지금도 나가노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현재 나가노시와 관광 및 스포츠 관련 기관단체의 간부 상당수가 당시 올림픽 자원봉사자 출신이다”고 밝혔다.그는 “나가노의 성공 중 하드웨어적인 것은 대회 전인 1997년 10월 신칸센 열차가 연결된 것이지만 더 큰 성공은 자원봉사자들이 쌓은 국제적 마인드라고 본다”고 말했다.이어 자원봉사는 비즈니스가 아니라며 사업적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것으로 주문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책임을 전가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가벼운 것으로부터 시작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면 그들이 지역의 자긍심이 될 것이다”고 경험을 전했다. 특히 츠치야 류이치로 사장은 자원봉사자의 중요한 가치중 하나는 ‘스몰올림픽’의 키(Key)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확대를 어떻게 이끌어 내느냐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LA올림픽과 중국 베이징올림픽은 비즈니스올림픽이었다.많이 쓰고 많은 것을 벌었고,그만큼 국제 올림픽비즈니스 시장도 팽창했다”며 “하지만 런던올림픽부터는 막대한 부담으로 인해 어떻게 돈을 안들이고 대회를 치를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그 답이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음을 런던에서 모두 확인했다.그런 면에서 나가노는 좋은 샘플이다”고 주장했다.

▲ 엠웨이브 나가노올림픽전시관에서 체험하는 일본시민.

#사후 시설관리 주체는 미리 정해야 한다

일본에서 만난 올림픽 시설관계자들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 건설된 올림픽 시설의 사후관리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개최전 이미 관리 주체에 대한 구상과 조직,예산 등의 준비가 끝나야 개최 후 바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삿포로올림픽과 나가노올림픽 모두 대회 개최 1∼2년 전부터 국가와 지자체,민간이 공동출자한 관리기구 구성과 예산 확보 방안 등의 설계가 모두 결정돼 있었다.나가노 올림픽 시설의 경우 현재 20년가까이 성공적으로 관리되고 있다.현재 운영 주체인 ‘엠웨이브’회사는 이미 대회 개최전 구성이 확정됐다.

회사명인 ‘엠웨이브’ 역시 시민들의 공모를 통해 명칭을 확정하는 등 시민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세심한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올림픽(Nagan Olympic) 메모리얼 아레나(Memorial Arena)라는 공식 명칭이 길어서 시민들은 ‘엠웨이브’ 를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다.‘엠웨이브’의 시설은 동계스포츠 휴지기인 여름에도 26주동안 매주 이벤트,공연,모터쇼,기업설명회,박람회 등의 예약이 꽉 차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콘서트장, 생활체육관 등으로 이용되는 옥내아이스링크장.

겨울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내셔널트레이닝센터’로 운영돼 국가보조금까지 받고 있고,각종 대회로 10만명이 찾는다.츠치야 류이치로 사장은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대회 개최 전 이미 확정된 운영 기구 계획에 있다”고 강조했다. 삿포로올림픽 개최지 역시 마찬가지였다.10월초 취재진이 찾았을 당시 삿포로올림픽 주개최지인 빙상경기장은 곧 있을 한국의 세계적인 아이돌그룹인 ‘엑소’의 순회콘서트 준비에 한창이었다.

올림픽 시설을 관리하는 주체인 (재)북해도체육문화협회의 히로야스 오키 상무이사는 “협회는 처음 정부와 북해도의 지원금으로 운영됐으나 2001년부터 모든 관리 책임은 북해도가 한다”며“다만 지원관리제도를 도입,도의 운영비를 받되 필요예산 확인 후 보조금이 지원돼 사실상 자체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1회에 7000만∼8000만원의 수익을 내는 콘서트를 연간 10회 이상 유치하는 등 1년간 1억4400만엔(15억원)의 수익을 낸다.협회에서 제공한 ‘실내·외 경기장 이용 현황’에 따르면 1년간 개인·단체 포함 7801건 7만5040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간에 내진설계 보강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해도 45년된 경기장의 활용도면에서는 놀란만한 수치다.

▲ 북해도체육문화협회 히로야스 오키 상무이사.

히로야스 오키 상무이사는“민간기업의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자체 수익 구조를 가져가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이 같은 자신감으로 삿포로시민들은 2026년 올림픽 유치 도전에 다시한번 나서겠다는 염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삿포로·나가노/이 호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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