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17년 정유년, ‘붉은닭’ 의 해
‘정(丁)’은 붉은색, ‘유(酉)’는 닭을 의미
시간·방향 지키는 방위의 신
영웅 탄생·복을 부르는 영물
혼돈시대 끝내고 새시대 기대

 

‘정유년(丁酉年)’의 해가 떠올랐다.‘정(丁)’은 붉은색을,‘유(酉)’는 닭을 의미해 2017년은 ‘붉은 닭’의 해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밤에 찾아오는 귀신이나 맹수,도둑 등 사악한 것들을 물리친다는 상징성을 가진다.또 날개를 갖고 있으면서도 지상에서 생활하는 닭의 이중성은 어둠과 밝음을 경계하는 새벽의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내포한다.


닭띠 이야기

전설·민화에 나타난 닭

새 아침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그 의미가 확장돼 천지개벽 혹은 태초의 소리로 여겨졌다.또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제주도 무속신화 천지황 본풀이 서두에는 ‘천황닭이 목을 들고,지황닭이 날개를 치고,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 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또 38명의 신라 임금을 배출한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 신화에서는 ‘탈해왕이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황금 궤 안에서 동자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닭의 울음소리가 나라를 이끌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빛의 상징으로 예부터 여겨져 온 것이다.

서민의 삶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닭은 민화에도 단골 소재로 쓰였다.어둠을 물리치는 닭의 성질에 빗대 사악한 것을 쫓고 복을 불러오는 동물로 여겨 옛사람들은 닭의 그림을 정초 대문은 물론 집안 곳곳에 붙였으며 수탉의 붉은 ‘볏’은 ‘벼슬’과 이름이 유사해 입신출세를 위한 그림에도 자주 등장했다.


역사 속 붉은 닭의 해

▲ 안중식 작 ‘쌍계도’. 사진제공=국립민속박물관

과거 붉은 닭의 해에는 어둠 속에서 빛을 맞이하는 닭의 상징성처럼 혼란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사건이 많았다.

1597년 정유년에는 ‘정유재란’이 발생했다.임진왜란 후 왜군은 대군을 이끌고 다시 조선을 침입,무자비한 살육과 약탈로 당시 조선은 그야말로 핏빛으로 물들었다.그러나 그 해 9월,이순신 장군이 백성과 힘을 합쳐 명량(오늘날 전남 진도 울돌목)에서 12척의 배로 130여 척의 배를 이끌고 쳐들어온 왜군을 물리치는 대첩을 달성하며 조선을 수호하고 불리했던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 외에도 877년 정유년에는 혼란스러웠던 후삼국 시대를 마감하고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탄생했으며 1897년 정유년에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이 경운궁으로 환궁해 조선의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변경,초대 황제로 등극했다. 최유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닭

닭은 십이지의 열 번째 동물로서 계유(癸酉),을유(乙酉),정유(丁酉),기유(己酉),신유(辛酉) 등으로 순행하며 시각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달로는 음력 8월,방향으로는 서에 해당하는 시간과 방향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닭은 ‘시작’을 상징하는 동물일 뿐 아니라 흔히 다섯 가지 덕을 지녔다고 칭송된다.닭의 볏은 문(文)을,발톱은 무(武)를 나타내며,적을 앞에 두고 용감히 싸우는 것은 용(勇)이며,먹이를 보면 무리를 불러 함께 나눠 먹는 습성은 인(仁),때를 맞추어 울어서 새벽을 알림은 신(信)을 상징해 닭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두뇌가 명석하고 통찰력이 뛰어나며 결단력이 좋은 편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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