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품값마저도 못 건져
영농철 논 갈아엎어 밭 전환
“정부 작목전환 정책 땜질식”
농민 “도 실정 맞는 대책 필요”

▲ 쌀소비 감소, 쌀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논농사를 포기하고 밭농사로 전환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2일 춘천 신북읍의 한 논에서 밭으로 전환하기 위한 성토작업이 한창이다. ▶관련 동영상 kado.net  사효진
▲ 쌀소비 감소, 쌀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논농사를 포기하고 밭농사로 전환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2일 춘천 신북읍의 한 논에서 밭으로 전환하기 위한 성토작업이 한창이다. ▶관련 동영상 kado.net 사효진
쌀 소비 감소에 수년째 이어진 풍년으로 쌀값이 폭락하면서 올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한 채 논을 갈아엎고 있다.22일 오전 11시30분쯤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 일대.4958.6㎡(1500평) 면적의 논에서 한 농민이 버섯 재배를 위한 성토 작업을 한창하고 있었다.이 곳은 며칠 전만 해도 논이었지만 떨어지는 쌀값을 견디지 못한 농민이 트랙터를 이용해 모두 갈아엎었다.또 인근에서 50년이상 벼농사를 지어온 박모(75)씨도 최근 소득 증대를 위해 자신의 논(1000평)을 갈아엎었다.
박씨는 벼농사를 포기하고 해당 부지를 인삼밭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백철규(53) 마을이장은 “몇년째 계속되는 쌀값 폭락으로 뼈 빠지게 지은 농사가 품값도 못 건지게 되자,영농철을 앞두고 농민들이 사비를 들여 논을 갈아엎고 밭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주민 중 상당수가 올해도 벼농사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밭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쌀 소비감소에다 수년째 이어진 풍년에 따른 쌀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2014년 2월 기준 쌀 80㎏ 1포대는 17만2729원이었으나 올해 2월 12만9232원으로 폭락했다.정부의 ‘땜질처방’도 한몫하고 있다.도는 풍년에 따른 쌀값 하락이 이어지자 벼 생산량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도는 쌀 수급안정대책 계획에 따라 지난해 3만714㏊였던 도내 벼 재배면적을 올해 2만9296㏊로,1418㏊가량을 줄일 계획이다.이를 통해 전년대비 벼 생산량 4.6% 정도를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작목 전환을 유인하기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경우 지원금(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하지만 농민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대상면적(300㏊)도 한정돼 있어 춘천은 단 1건도 없는 등 생색내기 정책으로 전락했다.
김덕수 전농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쌀값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벼 재배농가에게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했을 경우 또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시행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강원도 실정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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