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빗방울이 떨어진다.감쌀 것 없는 맨 몸뚱이가 비에 젖는다.싸~ 하다.3월의 봄이 그렇게 간다.언제 끝날지 모를 삶을 콘크리트 틈새에서 시작하는 민들레.위태롭다.그 아슬아슬함이 아스팔트를 따라 도시 전체로 번진다.아~ 이제 알겠다.도시의 봄은 줄 끊긴 연이라는 걸.뽑히고 밟히고 잘려나가는 무참한 봄의 흔적들.시간이 흐르면서 절름발이가 되어버리는 도시의 봄.속절없다.그래서 봄은 비가(悲歌)!살아남으려는 절규다.
‘봄이 온다면’이라는 노래를 부른다.“우리에게 봄이 온다면/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우면/그날이 온다면/나는 너에게 예쁜 빛을 선물할거야//우리에게 봄이 온다면/따스한 하늘이 우리를 감싸면/그날이 온다면/나는 너의 무릎에 누워 꿈을 꿀 거야//어둠에 취한 사람들이/새벽 내내 흘린 눈물이/다 같이 만세를 불러/나비가 날아들 때/꽃망울이 수줍게 문을 열어줄 때/…/슬픔이 녹아내릴 때/…/봄이 온다면 만세를 불러/겨울이 모두 지나가면/봄이 온다면…”.
춥고 을씨년스럽던 겨울,이 노래는 차가운 아스팔트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노래를 만들고 부른 안예은,전인권 씨와 ‘역적ː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열연한 배우 김상중 씨는 대중의 사랑 속에 한 시대를 풍미하고.광장에 섰던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따스한 하늘이 우리를 감싸면,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지치고 힘든 마음에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 수 있도록.그렇게 광장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화내는 법을 잊고 살던 사람들이 씨앗을 뿌린다.분노와 희망을 함께 버무린 씨앗이다.
헌 집을 부숴야 새집을 짓듯 생강나무가 꽃집을 부쉈다.하늘이 노랗게 꽃물 든다.쌉싸래한 약 기운이 혀끝을 맴돌고.아~ 다시 불붙는 희망!살았다.복수초와 괭이눈 노루귀가 일제히 기지개를 켠다.산갓이 마지막 남은 얼음덩이를 밀어 올리며 계곡을 깨운다.거침없는 봄기운!생동하는 봄은 웅크리고 있던 ‘앉은부채’마저 일으켜 세웠다.산비탈이 춤사위로 일렁인다.샛노란 희망을 머금은 산괴불주머니가 몸을 곧추 세워 꽃집을 부풀린다.이제 행진이다.도시의 봄에서 들녘의 봄으로….이 봄, ‘희망’을 만나러 간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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