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선거판을 분석해 그 결과까지 알아맞히는 이른바 ‘선거 전문가’들이 꽤 있다.이들은 그 지역의 특성과 역대 선거에 나타난 표심,그리고 여론주도층의 분위기를 나름대로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고 한다.일각에서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계량화 한 여론조사보다 이들의 판단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견해도 있다.이는 이들의 예측이 구체적인 증거로 남아있지 않은 까닭에 막연하게 나마 알아맞췄다는 착각에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선거에서의 민심을 가늠하는 가장 과학적인 분석방법은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다.1987년 민주화 이후 대중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997년 대통령선거의 결과예측이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다.출구조사 조차 불가능했던 여건에서 1%포인트 차이의 당락을 예측한다는 것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다행히 예측과 결과가 일치하는 바람에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강화됐지만,여론조사 전문가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하여간 이후 여론조사는 대중적 관심을 끌었고,나아가 선거에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늘었다.이른바 밴드웨건 효과에 편승해 대세론을 강화하거나 열세를 경합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많았기 때문이다.급기야 여론조사 공표에 제한을 두는 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이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전제한 것이다.선거 6일전부터 선거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19대 대선이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여론조사도 넘쳐나고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것만 하더라도 지난 3월 이후 무려 370여 개에 달한다.유권자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여러개의 새로운 여론조사를 접하고 있는 셈이다.여론조사기관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조사방법도 다양하다.그러다 보니 여론조사 마다 그 결과가 달라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경마식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이를 부추킨다.
여론조사는 단지 조사 당시의 ‘풍향과 온도’라고 한다.조사결과 나타난 지지율 자체보다는 그 추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알쏭달쏭 여론조사’가 아닐 수 없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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